[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올 시즌 판도 예상의 최대 변수는 LG 트윈스였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각팀 감독과 주장은 가장 경계해야 할 팀으로 LG를 꼽았다.
'다크호스'의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는 유망주의 잠재력 발현이다. 기존 선수층을 두텁게 할 뿐더러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LG의 달라진 투타의 중심에는 박현준과 정의윤이 있다.
사이드암 투수 박현준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LG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데뷔 후 첫 2선발의 중책을 맡은 데다 일본 무대에서 복귀한 이혜천과의 맞대결이었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마운드가 굳건해지자 타자들도 불을 뿜었고, 결국 첫날 패배를 설욕하는 통쾌하게 설욕했다.
2009년 SK에서 데뷔한 박현준은 지난해 7월 4대3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지난해까지 선발 등판은 11번이 전부였지만 스프링캠프를 지켜본 박종훈 LG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2차전 선발은 박현준"이라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마치 임창용(야쿠르트)을 보는듯한 힘을 발견했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날 경기서 그의 힘있게 휘어지는 148㎞ 빠른 공은 임창용의 '뱀직구'를 연상시켰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은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 충분했다. 매서운 구위에 눌린 두산 타자들은 병살타를 4개나 치며 자멸했다.
그는 경기 후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덕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야수들이 도와줘 병살타가 많이 나왔다"며 겸손해했다. 박 감독 역시 "박현준이 정말 잘 던져줘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타선에선 정의윤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만점활약을 펼쳤다. 생애 첫 한 경기 4안타 기록은 보너스였다.
지난 2005년 신인 2차 지명 1번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은 오랜 기간 유망주에 머물렀다. 4시즌을 소화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2008년 말 상무에 입대하면서부터였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경험을 쌓았고,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팀에 복귀하자마자 그를 향한 예사롭지 않은 평가가 이어졌다. 11월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 당시 메이저리그의 전설 중 한 명인 캔 그리피 시니어로부터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파워를 지녔다. 젊은 시절 호세 칸세코를 연상시킨다"는 극찬을 받았다.
호평은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이어졌다. 일본 야구의 영웅이자 '요미우리 4번 타자' 출신 기요하라 가즈히로는 정의윤의 스윙을 보며 "일본 무대에서 30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라 평했다. 그가 주전이 아니라는 말에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그들의 평가가 립서비스가 아니었음은 시범경기에서부터 드러났다. 타율 0.323 2홈런 6타점의 맹타를 휘둘럿다. 특히 국내 최고 좌완 중 한명인 김광현(SK)에게서 홈런을 뺏어내며 활약을 예고했다. 결국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았다.
첫 경험인 탓이었을까. 힘이 많이 들어갔다. 병살타 포함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팀도 패배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그를 향한 믿음을 보였고, 전날 6번에서 3번으로 타순을 올렸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자 여유가 생겼고, 이후부터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특히 4회 터뜨린 2타점 적시타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귀중한 안타였다.
그는 경기 후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라며 "매 경기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올 시즌 각오를 밝혔다.
정의윤의 말대로 이제 겨우 개막 2연전을 치렀을 뿐이다. 그럼에도 두 투타 유망주가 보여준 가능성은 LG의 올 시즌 성적에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9년 만의 잠실벌 가을 야구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가 결코 '헛된 꿈'이 아닌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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