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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물위에서 선박 건조···조선사의 신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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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플로팅도크와 메가블록 공법으로 45일만에 건조


[배 이야기] 물위에서 선박 건조···조선사의 신기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플로팅 도크에서 건조된 선박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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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금이야 보편화 된 기술이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바다위에서 선박을 건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을 눈 앞에서 해낸 것이 바로 한국이었다. 전통적으로 선박을 만드는 공간인 ‘드라이도크(Dry Dock)’가 아닌 바다 위에서 선박을 만드는 구상은 ‘궁하면 통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수상 선박 건조는 물위에 뜨는 도크, 즉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가 활용되면서 시작됐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주문이 밀려들면서 배를 건조할 드라이 도크가 부족해지자 선박의 수리용도로 사용됐던 플로팅 도크를 이용해 ‘바다 위에서 배를 만들어 보자’는 발상을 하게 된다.


플로팅도크는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기능이 있어 바다위에서 선박을 수리한 뒤 이를 물 아래로 가라앉히면 도크 위에 있던 배는 드라이 도크의 진수 절차 없이 그대로 물위로 보낼 수 있다.


이러한 플로팅 도크는 초당 60m의 돌풍과 태풍에도 바다로 떠내려가거나 강한 파도에 출렁이지 않도록 16개의 특수 앵커가 단단히 고정했다. 또한 드라이 도크에서는 선박 건조를 완료하고 진수하는 과정이 복잡했지만, 플로팅 도크에서 선박을 건조하면서는 이런 어려움이 줄어 들었다. 육상에서 만들어진 블록을 플로팅 도크로 가져와 조립한 뒤, 선박이 완성되면 플로팅 도크를 가라앉힌 후 선박을 간단히 끌어내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메가블록 공법’을 도입키로 했다. 기존 드라이 도크에서 유조선 1척을 만들 때 블록 100여개가 소요됐다면, 플로팅 도크는 300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해상 크레인’을 활용해 블록 크기를 3000t 크기로 대형화 한 것이 바로 메가블록이다. 메가블록을 활용하면 선박 한척을 만드는데 필요한 블록 갯수는 10개로 줄어 도크에서의 건조기간을 단축시키고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이 만큼 좋은 방법이 없었다.


[배 이야기] 물위에서 선박 건조···조선사의 신기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3000t급 해상 크레인이 육지에서 제작된 메가도크를 플로팅 도크로 이동시키고 있다.


문제는 선주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는가에 있었다. 1365호선이 수상 건조 대상으로 정했는데 선주는 자기 선박을 이 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며 발목을 잡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바다 위에서 선박을 건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고 선박 건조기술을 바탕으로 선박의 구조해석 및 작업 프로세스별 3차원 시뮬레이션을 해보이는 등 다양한 검증을 통해 선주들에게 신뢰를 주었고, 마침내 선주들의 승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경영진의 의욕 또한 대단해 처음 도입 도입된 플로팅도크에서의 진수를 1개월 만에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2001년 11월 29일 기공식을 해서 그해 12월 29일에 진수를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첫 선박 건조 후 3년이 지난 후에도 플로팅도크를 통한 건조기간이 평균 1.5개월이 걸렸 점을 감안하면 정말 야심찬 목표였다.


기술진들이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치밀한 계획과 정확한 실천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 건조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메가블록 탑재 시점이 그해 12월 28일이었는데 바람막이 하나 없는 죽도 작업장의 한겨울 바닷바람은 살을 에이었고, 25m 높이 상갑판(Upper Deck) 위의 작업자는 강풍에 날려갈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크레인 설비가 없어 500t 크롤라 크레인 3대를 임대했는데 작업 중에 지반이 내려앉아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블록 개정 작업과 파손된 안벽호선 수리작업까지 벌여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진수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야 휴일 없이 작업에 매진했다.


[배 이야기] 물위에서 선박 건조···조선사의 신기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플로팅 도크에서 건조된 선박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요한 작업 일수를 단 하루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진수일을 2002년 1월 1일(최소조건), 1월 7일(정상조건), 1월 12일(효율향상 조건) 등 3가지 경우로 보고했다가 경영진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록 목표한 시기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삼성중공업은 2002년 1월 12일 그해 최고기록인 45일 만에 세계 최초로 수상 선박 건조에 성공해 진수식을 개최했다.


첫 선박 건조후 선주들이 찬사를 보내며 수상 건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삼성중공업은 이후 선주들이 요구하는 품질과 정밀도를 완벽히 입증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자료: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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