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뜨거운 호평을 받았던 MBC 수목극 '로열패밀리'가 원작 스토리에 가까워지면서 힘을 잃고 있다. 드라마 전개상 이제 절정을 찍어야할 타이밍인데 이상하게도 드라마 내용이 초반 만큼의 긴장과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로열패밀리'는 잘 알려진대로 일본소설 '인간의 증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권음미 작가와 김영현·박상연 크리에이티브가 2년여간 원작의 줄기에 살을 붙이고 각색해 재탄생시켰다.
하지만 드라마 도입부는 '인간의 증명'이 원작이 맞나 싶을 만큼 전혀 다른 이야기로 시작됐다. 원작에 충실한 일본 드라마 후지TV '인간의 증명'(2004년)은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흑인 조니 윌셔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미궁에 빠질 것같던 이 사건은 한 형사(다케노우치 유타카 분)의 집요한 수사 끝에 점차 정치권 유력 인사의 아내이자 스타 수필가인 교코에 맞닿게 된다.
원작과 전혀 다른 첫발을 내딛었지만 '로열 패밀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최고그룹 JK가에서 18년간 온갖 핍박을 받았던 K(김인숙, 염정아 분)가 바닥을 치고 JK클럽 수장까지 오르는 과정을 숨막히는 전개로 풀어냈다.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현기증 날 정도의 스피디한 전개와 탄탄한 내러티브, 주조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드라마는 완전체에 가까워졌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을 가진 김인숙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해 하며 시청자들은 매 회 TV브라운관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지난 3월30일부터 드라마에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분은 '로열 패밀리'가 원작 '인간의 증명'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간 순간이었다.
김인숙의 흑인 혼혈아들 조니는 김인숙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JK클럽 사장 취임일에 불청객으로 나타나고 그날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여권도, 지갑도 없이 죽은 채 발견된 이 흑인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의 증명'의 첫 회분 내용이다.
하지만 재벌가의 내밀한 일상과 비상식적인 관계들을 훔쳐보듯 즐기고, 그 안에서 죄인처럼 살아가던 여인의 통쾌한 복수극에 쾌감을 느꼈던 시청자들은 갑작스런 미스터리의 등장에 당황해 했다. 마치 전혀 다른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된 것같은 혼란스러움까지 느꼈다.
시청률도 이와 궤를 같이해 덩달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3월23일 방송분부터 15.7%→14.9%→14%→13.7%로 하락세를 보이는 것. 원작에 가까워질수록 드라마가 재미없어지고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기현상이 생긴 것이다.
특히 원작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미 원작의 내용과 결말을 알고 있는 네티즌들이 이를 온라인을 통해 스포일러로 퍼뜨리면서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억지스러운 러브라인 삽입도 아쉬움을 더했다.
시청자들은 "원작의 스토리가 갑자기 나오니 드라마가 더 재미없어졌다" "원작을 알고 봤는데도 '로열패밀리'의 초반부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힘이 빠진 느낌이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과연 '로열패밀리'가 원작의 주된 내용을 가져가면서도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당겨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을 지 뜨거운 기대가 쏠리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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