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5000억 원을 넘는 수익을 올린 기업은 560여 곳이다. 이들 기업은 전체 법인세 가운데 약 60%를 납부한다. 법인세 납부액이 대규모 기업에 쏠려 있다.
법인세는 내국법인의 경우 국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거둔다. 외국법인은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 중 국내 원천소득을 기준으로 납세 의무가 있다.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이 법인세를 내는 것.
여기에 준조세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동반성장기금을 매출액 기반으로 모집키로 하면서 대기업을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은 수익을 내지 못해도 기금을 출연해야 할 상황에 몰릴 전망이다.
매출액 0.6% 의무적 출연 강요
지난 29일 대기업의 동반성장 실적 평가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 지원 규모를 대기업 매출액의 0.8%에서 0.6%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완화해준다고 해도 기업들은 부담을 느낀다. 적자를 내도 매출액의 일정분을 출연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이익이 발생할 때 세금을 내지만 이 제도에 따르면 매출액의 일정비율은 손해가 발생해도 지원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2010년 112조25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니 약 6735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 지난해 낸 법인세의 39.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36조7700억 원이다. 약 2206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법인세(6210억 원)의 35.5%의 규모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32조5800억 원. 1954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법인세의 32.8%에 해당한다. 동반성장지수 산정 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대기업들은 법인세를 30% 이상 더 내는 상황에 직면한다.
또 다른 부담은 준조세다. 준조세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업은 산재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을 부담한다.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 관리하는 100여 개의 부담금도 준조세다. 이를테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금, 학교용지부담금, 국제교류기여금처럼 각종 부담금, 분담금, 부과금, 부가금, 예치금, 출연금, 기여금 등으로 다양하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광의의 준조세는 총 32조2644억 원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각종 보험의 사업주 부담분을 모두 합하고 소득공제를 고려하면 20조7167억 원에 이른다.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 관리하는 부담금의 총합계에서 소득공제를 고려하면 11조5477억 원에 해당한다.
국회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려 한 것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란 제조업, 정보처리업 등 29개 업종의 기업이 신규로 설비투자하면 투자금액의 일정률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이를 폐지한다면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국회는 지난해 지방 소재 기업과 중소기업 투자분에 5% 공제율, 과밀억제권역 이외 수도권에 4% 공제율을 적용키로 했다. 기존 7%에서 공제율이 2~3%p 줄었다.
한국조세연구원 안종석 조세연구본부장은 “개인은 해외로 옮기는 게 쉽지 않지만 법인은 외국으로 이동하기 쉽다”며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외국기업에 비해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0대 기업…작년 법인세 9.2조 납부
법인세를 많이 낸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년에 비해 법인세 납부액이 86.6% 늘어났다. 2009년에는 4조9762억 원을 납부했고 2010년 9조2873억 원으로 급증했다. 부산시 올해 예산(7조5722억 원)의 1.2배 규모다.
2010년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납부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0년 1조7134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삼성전자는 2009년에도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기업이다.
2010년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 납부액은 전년(6258억 원)에 비해 173.8%나 급증했다.
상위권의 순위권 다툼이 치열했다. 지난해 2위였던 SK텔레콤은 2010년 법인세 납부액이 36.3% 줄면서 10위로 밀렸다. 2009년 3위였던 포스코는 2010년에 104.6% 법인세를 더 냈으나 현대중공업과 현대차의 납부액에 밀려서 4위로 뒤처졌다.
2009년 4위와 5위였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차는 2010년에 각각 174.5%, 150.4%의 증가세에 힘입어 2위와 3위로 등극했다. LG화학도 눈길을 끈다. 2009년 8위였던 LG화학은 2010년에 95.6%의 증가세를 보이며 5위를 탈환했다.
법인세 납부액이 전년과 비슷한 기업은 2010년 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웅진코웨이가 납부한 법인세는 2009년 235억 원, 2010년 232억 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순위는 2009년 44위에서 2010년 56위로 12단계나 떨어졌다.
메가스터디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9년과 2010년 법인세 납부액은 각각 130억 원으로 비슷했으나 순위는 71위에서 87위로 16단계나 하락했다.
순위가 대폭 하락한 곳도 있다. 2009년 11위였던 두산은 2010년 100위로 턱걸이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9년 두산이 납부한 법인세는 1114억 원이었으나 2010년 111억 원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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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난방공사도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2009년에 665억 원을 납부하면서 16위를 기록했던 지역난방공사는 2010년 96억 원을 납부하면서 115위로 급락했다.
한국조세연구원 안종석 조세연구본부장은 “개인은 해외로 옮기는 게 쉽지 않지만 법인은 외국으로 이동하기 쉽다”며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외국기업에 비해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믹 리뷰 김경원 기자 k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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