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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애국’ 법인세의 경제학 그것이 궁금하다]세계는 세율 인하 경쟁 중, 한국선 ‘뒷전’ 준조세 ‘압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5분 21초

2%p 인하안 내년까지 유예… 정치권 재논의 땐 되레 덧날까 우려, 외국자본은 낮은 세율 좇아 이동… 선진국은 자산 클수록 부담 경감

삼성, 현대, SK, LG, 롯데, 포스코 6개 그룹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낸 법인세는 30조6430억 원(잠정)이다. 올해 서울시 예산(20조5800억 원)의 1.5배 규모다.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것으로 준조세가 있다.


2009년 광의의 준조세는 32조2644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정부가 동반성장 기금을 모집하겠다는 소리가 나오면서 기업의 등골이 휘고 있다. 이 기금은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거둘 예정이기 때문이다. 적자가 나도 기금을 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는 지금 법인세를 낮춰 기업 경쟁력 강화에 애쓰고 있다.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외자 유치와 함께 자본 이탈을 막겠다는 의지다. 대한민국은 법인세 인하안을 유예하고 또 다른 준조세를 만들고 있다. 법인세의 현황과 문제점, 준조세 등을 집중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기업의 애국’ 법인세의 경제학 그것이 궁금하다]세계는 세율 인하 경쟁 중, 한국선 ‘뒷전’ 준조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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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2일 한국.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를 열었다. 이날 4개 과표구간으로 돼 있는 소득세와 2개 과표구간으로 구성돼 있는 법인세율의 최고 구간에 한해 추가 인하를 2년간 유예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은 2011년까지 현행 35%가 유지되고 내년부터 20%로 하향 조정하려던 과세표준 2억 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도 22%가 적용된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추가 감세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감안해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2010년 5월28일 대만. 대만 입법원은 법인세를 17%로 인하시키는 소득세법 수정안을 표결 통과시켰다. 기존 25%였던 법인세를 같은 해 1월 20%로 낮춘 뒤 4개월 만에 다시 17%로 낮췄다.
법인세 세율 부분은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를 두고 국민당의 17%안과 민진당의 17.5%안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찬성 46표, 반대 32표로 통과됐다. 이번 법안은 2010년 1월부터 소급 적용돼 올해부터 세금 신고 시 혜택을 받는다.



세계는 1980년대 중반부터 법인세 인하 전쟁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법인세율 평균치는 매년 하락 추세다. OECD의 평균 법인세율은 23.9%.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2%. 여기에 주민세를 합치면 실제 법인세율은 24.2%에 달한다. 오히려 OECD 평균치를 약간 웃돈다.


OECD가 집계한 ‘주요국의 법인세율 변화’를 보면 1985년 미국의 법인세는 46%였다. 1990년대 들어 34%로 낮춘 뒤 1995년 35%로 1%p 높인 채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의 법인세도 1985년 50%에서 2010년 34.43%까지 낮췄다.


독일의 법인세율의 변화폭은 대단하다. 독일은 1985년 56%였던 법인세율을 2010년 15%까지 감축했다. 아일랜드도 1985년 50%였던 법인세율을 2010년 12.5%까지 줄였다.


한국도 90년대 초부터 법인세 인하 전쟁에 뛰어들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제3대 세제실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강만수 세제실장은 소득세와 법인세 등 대대적인 감세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을 이어받은 제4대 세제실장은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1996년 1월부터 1997년 1월까지 근무한 윤증현 당시 세제실장은 근로자 관련 주요 공제제도를 대폭 확대했다. 최저한세율은 12%에서 10%로 낮추면서 감세 기조를 유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비교해 봐도 한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GDP 대비 법인세수는 2008년 기준으로 4.2%다. OECD 평균(3.5%)을 웃도는 규모다. 더욱이 일본(3.9%)과 영국(3.6%), 프랑스(2.9%), 독일(1.9%), 미국(1.8%) 보다도 높다.


[‘기업의 애국’ 법인세의 경제학 그것이 궁금하다]세계는 세율 인하 경쟁 중, 한국선 ‘뒷전’ 준조세 ‘압박’


역내 주변국보다 상대적 고율


한국조세연구원 안종석 조세연구본부장은 “법인세 인하를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보다 주변국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자 유치를 위해서다. 이를테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 투자할지 영국에 투자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대부분 유럽에 투자할지 아니면 아시아에 투자할지를 먼저 검토한다. 그 뒤 아시아 투자를 결정했다면 구체적인 국가를 선정한다. 이때 작용하는 게 법인세율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법인세 인하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유럽국가는 서로 인접해 있어서 한 국가에서 촉발된 법인세 인하 논쟁이 유행처럼 퍼졌다.


한국의 실정을 어떨까. 대만은 2009년 25%였던 법인세를 지난해 17%까지 떨어뜨렸다. 중국은 2007년 33%였던 법인세율을 2008년 25%까지 낮췄다. 싱가포르도 2007년 20%에서 2010년 17%까지 감소시켰다. 홍콩도 2007년 17.5%였던 법인세율을 1년 만에 1%p 낮춘 16.5%로 줄였다.


외국자본은 낮은 법인세율을 선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통계치를 보면 자산이 큰 기업일수록 법인세를 적게 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일부 기업들은 세금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조세회피지역으로 회사를 옮겨 법인세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이 클수록 법인세가 낮은 해외지역에 투자하면서 자국에 법인세를 덜 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하지만 국내 기업은 자산 증가와 법인세 납부액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봐서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부언했다. 국내기업은 외국기업과는 달리 ‘도덕적 해이’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이코노믹리뷰>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실제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를 살펴봤다. 재무제표 항목에서 ‘미지급법인세’를 먼저 추려냈다. 미지급법인세는 올해 내야 할 법인세를 의미한다. 12월 결산법인은 3월말 법인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제무제표에는 미리 내야하는 법인세로 게재한다.


[‘기업의 애국’ 법인세의 경제학 그것이 궁금하다]세계는 세율 인하 경쟁 중, 한국선 ‘뒷전’ 준조세 ‘압박’



삼성, 1년마다 서울시 월 예산 납부


여기에 매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있는 ‘선급법인세’ 항목을 활용했다. 기업은 이자 수익이 발생하거나 8월 말에 법인세를 미리 내면 선급법인세 항목에 올린다. 중간 예납한 법인세는 감사보고서의 미지급법인세에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급법인세를 파악해서 더했다.


대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대규모 기업집단을 활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삼성그룹은 71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비금융 회사는 61개사. 금융사는 10개사다. 이중 법인세를 납부하는 곳은 49곳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49곳이 수익이 발생하면서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들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납부한 금액은 11조6171억 원이다. 삼성전자가 올 서울시의 예산 약 6개월 치를 납부한 셈이다. 매년 삼성그룹이 납부한 법인세가 서울시의 1개월 치 예산과 맞먹는다.


삼성전자만 따지면 2005년부터 5조760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전체 납부액의 51.2%를 차지한다. 서울시 올해 예산의 3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가 1조 원이 넘는 법인세를 납부한 게 3번이나 된다. 2006년 1조1112억 원, 2007년 1조1140억 원, 2010년 1조7134억 원이다. 확실히 국내 1위 기업의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그 뒤로 삼성생명보험이 1조200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전체 납부액의 10.7%에 이른다. 삼성생명보험은 지난해 5월 증시에 상장하면서 시선을 끌었다. 청약증거금이 20조 원가량 유입돼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위를 차지하는 삼성코닝정밀소재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의 2010년 2328억 원을 추가로 납부하면서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자 디스플레이의 핵심부품인 정밀평판 기판유리와 PDP 필터 등을 생산한다. 2007년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코닝이 합병하면서 법인세 납부액이 급격히 늘었다.



현대차, 5년간 울산시 2년치 예산 납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현대차그룹의 자회사는 42개사다. 비금융 회사 38개사에 금융회사 4개사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부터 6년간 총 4조9130억 원을 납부했다.


울산시의 2011년 예산이 2조1851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울산시 올해 예산의 2년치를 납부한 셈이다. 현대자동차가 2005년부터 납부한 법인세는 2조1827억 원. 현대차그룹의 전체 납부액의 44.6%에 해당한다. 울산시 1년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2005년부터 6년간 총 1000억 원 법인세를 납부한 회사는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5개사다. 현대모비스가 1조2133억 원을 납세했다. 현대제철, 기아자동차, 글로비스는 각각 7993억 원, 2137억 원, 1194억 원씩 냈다.


법인세 납부세액을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2006년 현대차는 전년 대비 485.7% 늘어난 세금을 냈다. 이때 기아차는 법인세를 전혀 내지 못했다.



SK·LG·롯데·포스코 ‘1천억 클럽’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SK그룹의 자회사는 88개사다. SK증권 1곳만 금융사이고 나머지 87개는 비금융 자회사다. 법인세를 납부한 자회사는 49개사다. SK그룹은 2005년부터 6년간 총 3조2817억 원을 납부했다. 총 법인세 납부액이 1000억 원을 넘긴 자회사는 6곳이다.


전체 납입액 중 SK텔레콤은 1조5939억 원으로 그룹 전체 납부액 가운데 48.8%를 차지했다. LG그룹의 자회사는 금융사 1곳을 포함해 총 60개사다. 이중 법인세를 납부한 곳은 26개사다. 2005년부터 총 2조8556억 원을 납부했다.


2005년부터 6년간 1000억 원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한 회사는 7개사다.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곳은 LG전자가 아니라 LG화학이다. LG화학은 2005년부터 942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롯데그룹도 빼 놓을 수 없다. 비금융사 64개사, 금융사 10개사를 포함해 총 74개사의 자회사가 있다. 이 중 법인세를 납부한 회사는 38개사다. 2005년부터 총 2조4867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6년간 1000억 원을 납부한 회사는 5개사다.


롯데쇼핑이 9600억 원을 납부했다. 전체 납부액의 39.0%를 차지하는 규모다. 포스코도 비금융 59개사, 금융사 1개사를 포함해 총 60개사를 거느린 그룹이다. 2005년부터 총 5조9032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법인세를 납부한 회사는 28개사다. 그중 납부액이 1000억을 넘긴 회사는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단 2곳이다.



법인세 10년간 6%p↓→ 세수 2배 이상↑


2000년 한국의 법인세율은 28%였다. 2010년 현재 22%로 6%p 하락했다. 2000년 법인세수는 17조2564만 원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법인세수는 36조8671억 원으로 거의 2배나 증가했다.


2009년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담하는 기업은 22만7000여 곳이다. 이들 기업이 34조8000억 원의 법인세를 부담한다. 이 중 과표가 2억 원 이상의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4만3800여 곳. 이들이 총 부담세액의 97%인 33조8000억 원을 부담한다.


통계연보를 분석하면 4만3800여 기업 중 1만5700여 곳은 중소기업이다.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법인세는 법인이 내는 것이지 이건희 회장 소득에 대한 세금이 아니다”라며 “재벌의 오너와 법인을 분리하지 않고 법인세를 재벌에 대한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고 일축했다.


전경련 진용한 투자조사팀장도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 중소기업, 소액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역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그 부작용은 주주, 소비자, 근로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낮추면 세수는다 입증


법인세율 인하안이 지난 2009년 국회에서 2년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법인세율 인하안은 이미 공표됐던 사안이다. 인하가 유예됨에 따라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2008년 후반기부터 적자 재정으로 인해 세수를 어디선가 증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며 “(법인세 인하 유예 결정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손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12월 법인세법 개정 후 몇몇 기관들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설명회나 각종 자료에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2010년부터 20%로 인하된다고 홍보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코트라(KOTRA) 소속 외국인투자 유치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가 바로 그곳. 인베스트코리아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해외설명회와 홈페이지 영문저널마다 법인세가 2010년에 20%로 떨어진다고 홍보해왔다.


국가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 여력과 투자 수익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법인세율 인하 유예로 인해 국내 기업의 투자 계획은 수정해야만 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산업연구본부장은 “법인세를 20%로 낮춘다고 세수가 늘어날지 확언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법인세를 낮추면 외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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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리뷰 김경원 기자 k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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