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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통신망 없는 한국, 국민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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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재난 방재망의 교훈

재난통신망 없는 한국, 국민은 두렵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재난 통제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무선통신망 기술을 갖춰 놓고도 제대로 된 회선 구축 과정에서 표류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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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전 사태 발생 시 휴대전화 기지국 마비 한순간…
6년째 내팽개친 시스템 구축사업 하루빨리 되살려야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일대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과 초대형 해일(쓰나미)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땅이 갈라지고 거대한 파도가 집과 자동차를 집어 삼키는 모습에 많은 이들은 큰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번 지진은 지구 역사 상 5번째로 강한 규모이자 일본 건국 이래 최고 강도였다. 워낙 강한 재앙이었기에 피해도 극심했다. 지난 3월25일 일본 경찰청이 공식 집계한 피해 상황은 사망 1만35명, 실종 1만7443명 등 3만 명에 육박하는 인명 피해가 났다. 재산 피해는 19조350억 엔(한화 약 251조5500억 원)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통화 폭증 현상으로 일본 전역의 통신이 일시 마비된 와중에도 일본의 피해가 비슷한 규모의 여타 지진에 비해 적었던 것은 일본의 재난 통제 통합 무선 통신망이 한 몫을 했다.


일본은 1982년 서비스를 시작한 800㎒대 MCA(Multi-Channel Access, 다중 채널 접속 방식) 시스템에 의한 통신망과 위성 통신망을 기반으로 소방 방재망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자치성 소방청과 전국의 소방서들을 연결하는 소방 방재 무선 통신망에 자치성 소방청과 각 행정구역과 소방청 소속의 216개 기지국을 연결하는 지상 통신망도 별도로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또 위성 통신망을 통해 재해 발생으로 통신이 폭주하거나 끊긴 지역을 연결하고 있고, 각지의 이동통신 기지국과 통신차량을 이용한 이동통신망도 함께 구축했다. 이 통신망은 일반 이동전화와의 상호 접속도 허용, 이동전화와 접속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 등 선진국은 국가 차원의 재난 통제 통합 무선통신망이 이미 구축되어 운용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1년부터 5년간 경찰, 소방 등 8개 기관을 통합 운영하여 테러 대응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은 1991년부터 지속적으로 미시간 주 등 20개 주 정부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다. 호주도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경찰, 구급, 소방 등 20개 기관을 통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재난 통신망 기술의 최적격으로 알려진 주파수 공용 방식(Trunked Radio System, TRS)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다. 지난 1979년부터 본격적인 TRS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미국은 정부 기관과 기업체들이 TRS를 이용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업무용 통신 수단으로, 비상시에는 국가 재난통신 수단으로 TRS를 활용하는 형식이다.


재난통신망 없는 한국, 국민은 두렵다


연평도 포격 때도 유·무선망 불통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각자 환경에 맞는 재난 통제 무선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다. 각 나라들이 재난 통신망을 보유한 것은 재난이 많아서가 아니다. 언제 있을지 모를 재앙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비슷한 재앙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형적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지진이나 해일 피해가 덮칠 수 있다.


꼭 지진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1년 내내 각종 재난을 안고 살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태풍과 호우, 해일과 화재 피해가 바로 그것이다. 천재지변 외에도 인간의 과오가 빚어낸 건물 붕괴 사고 등 여러 인재도 간간히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재난에 대한 안전 보호망이 너무나 허술하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재난 보호 통신망에 대해서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는 우리나라의 재난 보호 통신망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은 어찌 보면 지진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낙후된 통신망은 전쟁이라는 재앙에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퍼부었던 지난해 11월 23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일대의 휴대전화는 모두 불통됐다. 연평도에 있는 휴대전화 기지국은 모두 4개. 3개는 SK텔레콤의 기지국이고, 남은 1개는 KT와 LG유플러스가 공동 운용하는 기지국이다.


이들 기지국은 직접 포격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포격 당일 4개 기지국 모두 제 기능을 상실했다. 연평도 일대가 정전이 되면서 휴대전화가 차단된 것이다. 기지국은 정전이 되면 자체 발전기와 예비 발전기를 가동해 가용 전력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국 예비 배터리의 수명은 길어봐야 20분이다. 짧으면 30분을 채 못 버티고 전원이 꺼진다.


이 뜻은 폭탄을 맞지 않아도 기타의 사유로 인해 정전 사태가 벌어질 경우 휴대전화 송수신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과 맥이 통한다.


유선전화망은 더욱 심각했다. 연평도 주민들이 폭탄을 피해 들어간 방공호에는 단 한 대의 유선전화도 없었다. 하다못해 군사용 비상통신시설 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방공호는 그저 몸을 피해 들어가는 대피소에 불과했다.


지금보다 전화망 회선이 적었던 1970년대에 방공호가 건설됐기 때문에 전화가 당연히 없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해 방공호를 수시로 관리하고, 1대의 비상전화만이라도 설치했다면 이 같은 답답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조기구축’ 호들갑


해법은 없을까? 있다. ‘국가 통합 지휘 무선통신망’의 구축이다. 문제는 이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이 6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통합 지휘 무선통신망 사업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2월 340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제각각 따로 움직이던 통신망의 혼선 때문에 일어난 사고다. 당시 대구지하철 전동차와 사령실에는 아날로그 UHF, VHF 방식의 무선 통신망이 개설됐다.


이 방식은 무전기 간의 주파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관련 기관 간의 직접 통화가 불가능했고, 이로 인해 현장에 파견된 소방관과 경찰관, 공무원 등 재난 수습 요원 상호 간의 지휘 및 협조 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 결국 우왕좌왕하던 중에 사고가 커졌고, 300여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 사고는 국가 재난 발생 시 일원화된 지휘 통신 체계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했고, 당시 행정자치부가 나서서 재난 관련 무선 지휘 통신망을 일원화하는 ‘통합 지휘 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을 2003년부터 추진했다. 하지만 경제성 논란과 업계 내 이해관계 우려에 막혀 이렇다 할 진전도 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재난통신망 없는 한국, 국민은 두렵다



정부는 2003년부터 ‘국가 통합 지휘 무선 통신망’ 구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업성 논란 등의 사유로 6년이 넘게 표류 중이다.
또 다른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빠른 회선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파수 고효율 ‘테트라’ 방식 도입돼야


현재 국가 통합 지휘 무선통신망의 기반으로 유력한 기술은 TRS-TETRA(테트라) 방식이다. 테트라는 유럽전기통신협회(ETSI)에 의해 국제 표준화된 무선통신기술로서 주파수 자원 사용 효율성, 도청 방지, 단말기 간 직접 통신 등 재난 관련 통신 및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특히 TRS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어진 서비스 등급(GoS)에 대하여 채널당 더 많은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다수의 사용자가 소수의 채널을 공유하여 자동으로 동적 할당하는 것으로 주파수 효율 향상이 가능하다.


테트라는 기지국을 경유하여 데이터를 전달하거나 단말기 간 직접 통화 기능을 제공하며 기지국 중심의 통신 방식과 단말기 간 직접 통신인 애드호크(Ad-hoc) 통신 방식을 지원한다.


기지국을 경유하여 통신하는 경우는 망 관리센터 등과 업무관련 정보를 교환하거나, PSTN 등 타 망과 연동하여 원거리에 위치한 사람과 통신할 수 있다. 단말기 간 직접 통화의 경우는 재난과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될 경우, 통신 인프라를 경유하여 우회 통신 방식이 아닌 직접 통신 방식을 지원하여 신속한 긴급 상황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천재지변이나 인재에 의해 기지국이 파괴되는 경우에 대비해 트럭이나 헬기 등 운송수단을 이용해 즉각적으로 비상 기지국을 가설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기지국이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라도 무전기 자체가 중계기의 역할을 수행, 평지 기준으로 1.5㎞의 송수신 거리를 갖추고 있다. 재난 상황에 있어 가장 적격인 시스템이라고 할 만하다.


테트라는 현재 재난통신 관련 분야에 적용되어 사용 중인 기술이기 때문에 검증된 재난안전 무선통신이다. 특히 기지국 중심의 통신방식뿐만 아니라 단말기 간 직접 통화 기능을 제공하여 재난 안전 서비스 측면에 특화된 기술이다.


따라서 평시에는 업무용 이동전화로 사용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재난 안전 지휘 또는 통제용 통신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주로 음성 위주의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에 재난 발생 지역에 대한 지리 정보, 실시간 재난 영상 정보와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국제 표준이기 때문에 관련 장비제조사의 TRS 간 호환성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고려사항도 존재한다. 테트라 기반의 국가 통합 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이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재난 안전 통신 선진화 추진팀이 현재 테트라 외에 와이브로 기술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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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와이브로를 통한 국가 무선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음성을 기반으로 한 테트라와 달리 데이터 통신망인 와이브로로 비상 및 긴급 통신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아직 세계에 한 건도 없다.


정부는 국가 통합 지휘 무선통신망의 기술 표준 방식을 올해 말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몇 차례의 표류를 거쳐 연기된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재난 안전 통신망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코노믹 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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