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MBC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의 한 코너인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연출자 김영희 PD가 전격 경질됐다.
김영희 PD가 경질된 이유는 최근 논란이 됐던 김건모의 재도전이 단초를 제공했다.
당초 '나가수'는 기획 때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7명의 가수들이 경쟁을 벌이고, 500명의 청중평가단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7위가 탈락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첫 탈락자인 김건모에게 제작진이 재도전의 기회를 줬고, 김건모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나가수'에서 2주마다 탈락자가 나온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박정현, 김범수, 김건모, 윤도현, 백지영, 이소라, 정엽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경쟁을 벌이고, 1위부터 7위까지 순위를 매긴다는 자체가 '쇼킹'했다.
가수들 입장에서 7위로 탈락한다는 것은 그 동안 쌓아왔던 커리어에 흠집이 날 수도 있고, 자존심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예민함은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6일 첫 방송에서는 박정현, 김범수, 김건모, 윤도현, 백지영, 이소라, 정엽 등이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고, 500명의 청중평가단으로부터 심사를 받았다. 이날 심사는 탈락과는 상관이 없는 심사였지만, 가수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2위부터 6위에 랭크된 가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1위는 기쁨을 만끽했다. 7위로 결정된 정엽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정엽은 "충격을 받았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이 때도 가수들의 반응은 긴장감과 초조함, 안도감이 가득했는데, 본격적인 경합을 벌이는 녹화 때는 어땠을까. 김건모의 탈락에 일순간 가수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소라는 무대에서 이탈했으며, 김제동은 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모든 것이 원칙과 어긋난 처사라며 시청자들은 불만을 품었고, 연일 게시판을 통해서 '나가수'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예고편에서는 지난 13일 첫 탈락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방송에서는 관심만 증폭시키고 정작 탈락자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속출했다. '나가수' 관련해서 수십여개의 스포일러가 나오면서, '나가수'의 반응은 높였지만, 가수들과 제작진에게는 부담이 상당했다.
결국 김영희 PD는 교체됐다. 김영희 PD도 책임을 져야할 일이 있다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MBC의 때이른 결정이라는 여론도 늘고 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도 있을 수 있는데, 문제가 됐다고 해서 바로 경질한 것이 더 큰 문제다""그 동안 김영희 PD가 진두지휘했는데, 선봉장이 빠지면 어떻게 하냐. 과연 경질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스럽다""가수도 그렇고 이후 연출자도 부담 백배일 것이다.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기획했던 김영희 PD가 경질되면서 향후 '나가수'의 향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청자들이 많다. 교체된 PD도 부담감이 가중될 것이다. 이런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MBC는 23일 김영희 PD를 교체하고, 안우정 예능 국장에게는 구두로 경고하는 조치를 취했다.
MBC는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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