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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박병엽, 美서 '부활' 승부수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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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올해는 맞춤형 스마트폰으로 美 시장서 승부

팬택 박병엽, 美서 '부활' 승부수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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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눈앞이 캄캄했다. 직원 6명, 자본금 4000만원으로 시작한 작은 기업을 갖은 노력 끝에 매출 3조원대 세계 7위 휴대폰업체로 일궈냈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모토로라 '레이저(RAZR)' 돌풍의 직격탄을 맞고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신화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화는 지워지는 듯 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박병엽 부회장은 4000억원에 이르는 지분을 반납하면서 채권단을 설득했다. 2007년 겨우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절박했다. 휴일도 잊은 채 눈코 뜰 새 없이 일했다.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였다. 그렇게 4년이 지났고 상황은 달라졌다.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스마트폰 '시리우스', '베가' 등이 잇달아 히트를 쳤다. 지난 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이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기업개선작업 조기 졸업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2011년 현재 박 부회장은 4년 전 팬택을 시련에 빠뜨렸던 미국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며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24일 팬택에 따르면 팬택은 오는 5월 미국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올인 전략을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팬택은 올해 국내 출시하는 휴대폰 10종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내놓는다.


박 부회장이 미국에 열을 올리는 것은 팬택에 미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팬택의 해외 수출 물량은 850만대로 내수 판매량(350만대)의 2배가 넘는다. 수출 물량 중 미국에 판매된 휴대폰은 무려 660만대다. 미국 시장을 잡느냐 마느냐에 따라 팬택의 명운이 갈리는 셈이다.


기대도 크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500만대를 조금 웃돌았던 미국 내 휴대폰 판매량은 지난 해 660만대를 기록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AT&T도 박 부회장으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AT&T의 거래업체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달성하면서 물량 확대 같은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T모바일 인수로 AT&T가 버라이즌을 넘어 미국 최대 통신사로 올라선 것도 박 부회장의 사업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사실 박 부회장이 미국에 공을 쏟는 것이 단순히 시장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갖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업이 탄탄대로를 걸었던 2000년대 초 박 부회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했다. 1등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사후서비스(AS)도 크게 강화했다. 무리수였다. 레이저가 등장하자마자 휴대폰 판매는 급감했다. 특히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의 타격은 팬택의 날개를 완전히 부러뜨렸다.


이 같은 아픔 때문일까. 박 부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반드시 재기에 성공해 설욕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AT&T와 미국 사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매달 한차례씩 미국 현지를 방문할 정도다.


부활의 성패를 결정지을 미국 시장에서 박 부회장은 소비자들에게 특화된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쿼티 자판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고려해 출시했던 '쿼티 메시징폰'처럼 오는 5월 내놓을 스마트폰도 '맞춤형' 제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의 교훈을 반면교사삼아 무리한 확장을 추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미국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실탄이 확보되면 유럽 등지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지금도 휴대폰에 바쳐 온 인생을 걸고 싸우는 중"이라며 부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팬택 마케팅본부장 임성재 전무는 "박병엽 부회장이 이끄는 팬택호는 (미국 같은) 중점 시장에서 고수익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2011년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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