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HTC 亞 1위·세계 4위 경쟁 치열… 트렌드 못 읽은 日 도토리 키재기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다. 세계 인구의 70%에 육박하는 40억 인구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 아시아는 이제 더 이상 지구 동쪽 끝에 위치한 변방의 땅이 아니다. 세계만방에 무한한 힘을 발산할 수 있는 역동의 대륙이다. 아시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아시아 곳곳에 산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중국(대만), 일본 등 극동 3개 지역에 쏠려 있다. 한-중-일 3개국의 경제 파워는 이미 세계 경제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했다. 일부 산업에 있어서는 3개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의 표준으로 성장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힘이자 아시아 경제의 성장 동력인 한-중-일 3개국 대표 업종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아시아 전체 경제의 파워를 키울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을 연재 시리즈로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0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문화 기반을 흔든 것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꼽을 수 있겠다. 스마트폰은 출시 이후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더 편리하게 개조시켰다는 칭찬과 함께 사람들의 입을 막고 ‘홀로만의 세계’를 탄생시켰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결론이야 어떻게 됐건 간에, 스마트폰은 인류의 생활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는 유럽의 노키아, 미국의 애플(아이폰)과 구글(안드로이드폰), 캐나다의 림(블랙베리), 아시아의 삼성전자와 HTC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전체적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는 노키아나 애플 등 구미 지역 업체들에게 아시아 업체들이 뒤지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업체들의 기술력만큼은 세계 수준급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대만, 일본 등 극동아시아 주요 3개국의 스마트폰 개발 및 판매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앞으로의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봤다.
갤럭시 군단 눈부신 세력 확장
한국 토종 스마트폰의 강자는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라인업은 2009년 출시된 ‘옴니아’나 ‘갤럭시A’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이 재미를 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6월부터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삼성이 전략적으로 출시한 갤럭시S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은 갤럭시S를 시작으로 갤럭시U와 갤럭시K 등 유사 버전을 출시했고, 1월 말 SK텔레콤의 N스크린 동영상 서비스인 ‘호핀(Hoppin)’ 전용 단말기인 갤럭시S 호핀 버전을 출시했다.
최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2011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에서는 갤럭시S의 후속 모델 ‘세느’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갤럭시 신드롬’을 이어갈 참이다.
지난 1월까지 집계된 갤럭시S의 국내 잠정 누적 판매량은 260만대. 70여일 만에 100만대를 판매했던 속도에 비하면 그 상승세가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갤럭시S의 인기는 아직도 높다.
특히 세계 시장으로 폭을 넓혀보면 1000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는 기록이 나온다. 국내 휴대전화 사상 단일 기종으로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단말기를 판매한 대기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후속 모델인 ‘세느’와 보급형 스마트폰 등 후속 기종을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보급형 스마트폰을 통해 특정 계층 대상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도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내놓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모두 합한 휴대전화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2000만대 가량 늘어난 3억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에는 삼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LG전자와 팬택 등 국내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우수한 품질의 스마트폰을 다량으로 출시하고 있다. 다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폰과 갤럭시 신드롬에 막혀 고전했다.
LG전자는 올해 휴대폰 판매량을 작년과 비슷한 1억2000만대 수준으로 유지하되 지난해 500만대 수준이었던 스마트폰 비중을 두 배 이상인 1000만대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최근 출시한 세계 첫 듀얼코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2X를 시작으로 잇따라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 현재 9위 수준인 스마트폰 점유율을 5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MWC 최고 스타 HTC 집요한 도전
팬택은 올해를 해외 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에 시리우스알파(국내명 베가)를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버라이존과 AT&T 등에도 스마트폰을 공급한다. 스마트폰 신제품도 지난해 5종에서 올해 10종 이상으로 늘려 올해 국내외에 스마트폰 800만대를 포함해 1500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중화권 스마트폰의 대표 주자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5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의 HTC다. HTC는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1에서 ‘디자이어S’ ‘와일드파이어 S’ 등 스마트폰 6종을 공개했다.
대표작 ‘디자이어S’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적용했으며 3.7인치 WVGA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보급형 모델인 ‘와일드파이어S’는 HTC 제품 중 가장 작은 스마트폰으로 3.2인치 디스플레이와 자동초점 기능의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HTC는 이번 MWC 2011에서 엄청난 수확을 얻었다. ‘MWC 2011이 선정한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된 것이다. MWC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이 최고 업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WC를 주최했던 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선택은 달랐다. HTC의 최고 업체 선정은 예상 외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대만의 스마트폰 기술력이 한국을 앞섰다고 확답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HTC라는 기업 자체의 기술력과 마케팅 시스템이 이번만큼은 유력한 강자로 꼽혔던 삼성과 LG를 앞섰다고 할 수 있다.
HTC가 이번 MWC 2011에서 큰 호평을 받으면서 아시아 선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HTC는 그동안 아시아 스마트폰 업계 선두이자 세계 4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한국보다 먼저 스마트폰 개발에 성공한 HTC는 노키아, 애플, 림과 함께 판매량 세계 4강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2010년 3분기에 삼성이 HTC를 앞질렀고, 2010년 연간 총 판매량에서도 삼성전자가 HTC에 120만대 가량 앞섰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대만과 달리 일본의 스마트폰 산업은 끝 모를 부진의 터널을 걷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5분의 1을 점유할 정도로 ‘휴대전화 강국’으로 군림하던 일본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경쟁력 상실한 日 끝없는 굴욕
사실 동아시아 3국 중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일본이다. 무선 통신 시장이 3국 중에서 가장 먼저 열린 곳도 일본이고, 우수한 첨단 통신 기술을 먼저 보유한 국가도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본 전자업계가 피처폰 위주로 휴대전화 사업을 벌여온 탓에 스마트폰 단말기 경쟁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소니, 샤프, 교세라 등 자국 브랜드에 애착이 강한 일본 이동통신사도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를 잇달아 사업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일본 스마트폰은 내수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일본IDC 등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일본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연간 3700만대가 판매되고 있다. 업체별로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샤프 18.8%, 파나소닉16.6%, 후지쯔 15.1%, 교세라 12.7% 등이다. 아직까지는 일본 자국 업체들이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애플, 삼성 등 비(非)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일본 업체 연합군보다 낮다. 하지만 일본 시장 내에서 외국 업체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사실 일본 휴대전화 시장은 이방인 업체들에게 실패만 가득했던 곳이다. 일본인들의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데다, 시장의 문화도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외국 업체들이 시장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일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스마트폰 업계 내에서 앉아서 당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세라 ‘에코’ 해외 선전 회생 불씨
세계 시장으로 폭을 넓히면 일본 스마트폰의 부진은 더욱 선명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지쯔는 판매량 140만대(시장점유율 1.8%)로 8위, 샤프는 판매량 70만대(0.9%)로 10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아예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 일본 스마트폰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업체는 교세라다.
교세라는 2월 초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에코’를 출시해 미국 시장에 머리를 올렸다. 교세라는 미국 스프린트와 함께 ‘에코’를 출시해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켜보겠다고 나섰다.
‘에코’는 일본 휴대전화가 갖고 있는 파격적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제품이다. ‘IT업계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나온 제품임을 증명하듯, 특이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교세라 ‘에코’는 3.5인치 800×480 디스플레이가 2개나 달려 있다. 덕분에 단말기를 옆으로 모두 펼치면 최대 4.7인치 800×960 수준의 화면이 되는 셈이다. 물론 중간에 베젤과 리퀴드 메탈 힌지가 놓여 있어 한 화면을 본다는 느낌은 적지만 이를 가로로 눕혀 보면 흡사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를 보는 듯 한 느낌이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그동안 출시됐던 어떤 스마트폰보다 독특하지만 내부를 보면 ‘이런 것도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나’ 할 정도로 허술하다. 교세라 에코의 전반적인 사양은 대략 평범한 수준 내지는 한 단계 뒤처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대부분이 듀얼코어 칩을 본격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했지만, 에코는 1㎓의 2세대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다. 운영체제도 최신 2.3 버전(진저브레드)이 아닌 안드로이드 2.2 프로요가 탑재됐다.
그 외에 5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지만 이 역시 다른 업체의 제품 스펙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결국 돋보이는 것이라고는 화면이 두 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다. 추락하고 있는 일본 스마트폰 개발 상황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코노믹 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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