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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이성 잃었다...만신창이 쇼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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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이성 잃었다...만신창이 쇼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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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뜨겁다. 시청자 사로잡기는 성공했다. 방송 뒤 거센 논란이 발생했을 정도다. 그 화두는 무엇일까. 그치지 않는 공방의 핵심을 짚어봤다.

20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서는 가수들의 뜨거운 경쟁을 조명했다. 김건모, 박정현, 이소라 등 7명의 가수들은 무작위로 선택한 1980년대 인기가요들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편곡한 뒤 500명의 청중평가단 앞에서 뽐냈다.


김건모와 이소라는 각각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와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를 소화했다. 백지영은 나훈아의 ‘무시로’, 김범수는 민해경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을 불렀고, 박정현과 정엽도 각각 강인원 권인하 김현식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와 주현미의 ‘짝사랑’으로 무대에 올랐다.

가장 많은 투표수를 얻은 건 윤도현이었다.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에 록 버전을 입혀 23%의 지지율을 얻었다. 문제는 그 뒤 발생했다. 제작진이 당초 기획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2위부터 6위까지의 주인공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꼴찌의 멍에를 쓴 김건모에게는 탈락 아닌 재도전의 기회가 제공됐다. 선배의 탈락에 이소라는 돌연 스튜디오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한순간 만신창이로 변해갔다.


앞서 가수들은 냉혹한 프로그램의 성격을 인지하고 무대에 올랐다. 한 차례 시험무대로 이를 실감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탈락에 대한 부담을 밝힌 건 모두 이 때문이었다.


'나는 가수다', 이성 잃었다...만신창이 쇼 전락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제작진은 쌓았던 벽을 허물었다. 탈락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선사했다. 후배가수들의 요청에 긴급회의를 소집,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스로 규정한 규칙을 위배한 셈. 정당한 경쟁의 의미는 이내 퇴색해버렸다.


‘우리들의 일밤’ 제작진에게 ‘경쟁’은 프로그램 부흥을 위한 핵심 키워드다. 이는 함께 신설한 코너 ‘신입사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MBC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역시 M.net ‘슈퍼스타K'와 흡사하다는 지적에도 불구 같은 맥락에서 강행됐다.


‘나는 가수다’가 이들과 다른 점은 단 하나다. 프로들의 무대다. 국내 최고 가수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한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을 집결시켰다. 입은 옷이 다르다고 경쟁의 색깔이 바뀌는 건 아니다. 모두 똑같은 선상에서 함께 출발했다.


경주에 감정을 개입시킨 건 시청자에 대한 우롱이다. 예능 성격이 적은 탓에 이는 더 도드라져 보인다. 가령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경우 MC 강호동은 복불복 게임 등에서 생떼로 규칙을 바꾼다. 이는 안방에 부당한 방법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오히려 생존을 향한 몸부림으로 웃음 코드를 제공한다.


‘나는 가수다’는 ‘1박 2일’과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 처음부터 경쟁을 예고했다. 그에 따른 냉혹한 규칙까지 설정했다. 이는 실제로 홍보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언론에 많은 관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시청자를 끌어 모은 건 당연지사였다.


'나는 가수다', 이성 잃었다...만신창이 쇼 전락


하지만 탈락자 구제로 프로그램은 방향성을 잃고 말았다. 시청자와의 약속마저 깼다. 단 한 번의 판단으로 500명의 청중평가단을 일순간 일반관객으로 전락시켰다. 경쟁의 의미는 이내 사라졌다. 가수들의 화려한 무대만 존재할 뿐이었다.


이는 그 시작이 가수들이었다는 점에서 더 비난 받을만하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은 심사위원으로 분해 심사평을 내린다. 참가자들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냉혹한 잣대만이 존재한다. 나이가 많다고 봐주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7명의 가수들은 선배 김건모의 탈락을 순전히 감성으로 접했다. 이성은 없었다. 모두 ‘한 번 더 기회를’을 외치기 바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건모는 결과를 통보받은 뒤 “립스틱을 괜히 바른 것 같아”, “노래로만 승부를 했어야 했어”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편곡이나 노래 소화에 대한 분석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제작자 김창환에게 전화를 걸어 처한 상황을 수습하기 바빴다.


이성을 잃은 건 후배가수들 역시 마찬가지. 특히 이소라는 김건모의 탈락에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녹화를 할 수 없다”며 돌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청중평가단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 것을 넘어 방송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던져버렸다. 그는 앞서 중간평가에서도 녹화에 불참하는 누를 범했다.


화살은 전파를 통해 이를 내보낸 제작진 역시 피할 수 없다. 그들은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는 가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삭제해도 될 신을 구겨 넣으며 냉혹한 경쟁을 비추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자위했다. 공개했던 순위도 ‘탈락은 양보 차원’이라는 명제로 봉인시켰다. 그들은 양보는 1위에게 더 어울린다는 사실을 끝내 알 지 못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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