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바레인 정부가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레인 정부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군병력 지원에 힘입어 반정부군을 무력으로 단숨에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이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3개월 동안 바레인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면서 “바레인군 총 사령관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 기간 모든 조취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국영 방송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표에도 반정부군의 시위는 격화됐다. 바레인 인권보호 청소년 연합은 성명을 통해 “바레인 경찰은 시트라 마을에서 반시위군을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바레인 마나마의 살마니야 종합병원 알리 알-아크리 의사는 “무력 진압 과정에서 적어도 2명이 죽었고 250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갈라 리아니 IHS글로벌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반정부 시위군에서 다른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행위”라면서 “반정부 시위군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폭동을 조장하는 것으로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아파가 주축을 이룬 바레인 반정부군이 수니파 왕정 교체를 촉구하며 한달 째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충돌해 100명이 다쳤다.
충돌 이유는 시아파 반정부군이 수아파 군주가 독점으로 이어온 권력에 대해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하자고 요구하자 정부군이 이에 대해 진압에 나선 것이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의 70%가 시아파임에도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수니-시아파 간 갈등이 상존해왔다.
특히 시아파의 시위가 사우디 동부 지역인 알-카티프, 호푸프 등 바레인-사우디 인접 지역까지 확장되자 시아파와 수니파로 이뤄진 근접 국가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바레인 시아파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와 UAE는 14일 바레인 정부 요청에 따라 시위 진압 지원을 위해 바레인에 각각 군 병력 1000명과 경찰 500명을 파견했다.
이에 시아파 국가인 이란정부는 14일 “바레인에 대한 외국군 파병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우디와 UAE를 정면 비난하고 나섰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바레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내린 ‘BBB’로 조정했다. 피치는 “최근 반정부 시위 격화와 외국군 개입,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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