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세계 최대 원자력 강국인 미국이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도 원자력 개발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뜻을 보였다.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의 14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광범위한 에너지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일본 사태로 원자력 발전 사업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전했다.
공화당도 원자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일본 원전 사고가 미국 원전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연 재해(지진)가 있은 직후는 미국 국내 정책을 결정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고 원전 개발 정책을 변호했다. 에릭 캔터 공화당 원내대표(버지니아)는 “원자력 발전은 미국 에너지원 중 핵심”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지지자들은 미국에서 건설될 원자력 발전소는 일본보다 훨씬 더 발전된 기술로 지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렉 잭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미국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RC는 지난주 39년간 사용된 버몬트주의 원전 가동 시한을 20년 연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 케리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최악의 자연 재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원전이 아니라면 착공 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무소속·코네티컷)은 “지금까지는 원전 건설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일본 사태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일본 원전 사고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올 때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104개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은 전체 발전량의 20%를 담당한다. 석탄 화력발전은 44.5%, 천연가스 화력발전은 23.3%의 전력을 생산해 내고 있다. 풍력·태양열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은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TMI)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지돼 왔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은 고유가와 화력 발전에 따른 환경오염 때문이었다.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kWh당 34.8원으로, 석유의 3분의 1 수준이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1~2년 안에 두 개의 원자로가 건설될 예정이며, 24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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