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과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설상가상이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3.11 일본 강진'에 직격탄을 맞은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과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의 심정이 딱 이렇지 않을까. 엔고로 인한 그간의 부진을 털고 부활을 꾀하던 차에 강진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난 두 사람. 절체절명의 위기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의 행보는 전시상황을 방불케한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지진 발생 이틀째인 13일(현지 시각) 본사를 방문해 현지 상황을 점검한 뒤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예정에 없던 출장에 긴급히 나선 것은 두 눈으로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 본사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본사가) 잘 대응해가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강진 발생 직후 그는 본사에서 파견나온 두 명의 직원들에게 귀국할 것을 권하는 한편 일본 지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등 긴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소비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현지 사정을 정확히 전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13일 가장 먼저 피해 상황을 공개한 데 이어 14일에는 "16일까지 일본 내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는 본사 결정을 발빠르게 전한 배경이다.
렉서스는 지난 2월 판매량이 495대로 1월 295대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리콜 사태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리콜 사태 이후 한창 분위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나카바야시 사장의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올 한해 농사를 판가름할 서울모터쇼도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누적 판매 3700만대를 기록한 '코롤라'를 비롯한 기대작들이 대거 선보인다.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도 "서울모토쇼 참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임직원들에게 흔들림없는 각오를 주문했다. 서울모토쇼는 닛산 브랜드가 처음 참가하는 데다 올 최고 기대작인 '큐브'를 선보이는 등 올해 한국 시장의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무대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지시한 것이다.
켄지 사장이 강진 뉴스를 접한 것은 공교롭게도 서울모터쇼를 앞두고 의기투합을 다지는 '제주도 임직원 워크샵'에서였다. 즉시 그는 요코하마 본사에 전화를 걸어 "인명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닛산은 2009년 1998대 판매에서 지난 해 3524대로 무려 76% 넘게 성장했다. 인피니티도 3118대에서 3569대로 급증했다. 이같은 상승세에 강진이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우려되지만 켄지 사장은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 물량을 이미 두 달전 주문을 했기 때문에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자신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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