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I am heartbroken and saddened…(나는 비통하고 슬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일본이 악몽의 주말을 보내고 처음 맞은 월요일(14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 앞으로 A4 두 장 분량의 국제우편이 발송됐다.
절절한 위로의 말로 시작되는 편지의 발신인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주말, 쉴 틈 없이 이어진 비상대책회의 속에서도 윤 장관은 짬을 내 장문의 편지 한 통을 썼다. 일본 재무성과 재정부의 남다른 우정이 바탕이 됐다.
양측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친선 축구 경기를 열어왔다. 어깨를 부딪치고 태클도 해가며 한 게임 끝내면, 땀에 젖은 유니폼을 바꿔 입고 '실무'에 들어간다. 사무실에서 넥타이 매고 할 땐 진전이 없던 얘기들이 맥주잔과 더불어 시원하게 오고간다. 축구대회는 한·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거론될 만큼 의미 있는 행사다.
윤 장관은 이날 편지에서도 재무성과의 남다른 우의를 드러냈다. 그는 "재정부를 대표해 일본 국민,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면서 "대재앙 속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격려를 보낸다"고 했다.
윤 장관은 특히 "일본 국민과 정부의 저력을 믿는다"면서 "일본이 유래없는 이번 참사를 슬기롭고 신속하게 극복해 다시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돌아올 것이라 자신한다"고 다독였다.
그는 아울러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은 일본 국민과 함께 있다"며 "재정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이 이번 재난을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 일본의 곁에서 힘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구호물자 지원부터 재난 복구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재정부는 한편 윤 장관의 편지와 별개로 부처 차원의 구호·모금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민철기 재정부 창의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재무성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부처 내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