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 11일 발생한 후 투자자들은 지진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BC는 투자 전문지 카트먼 레터의 편집장 데니스 가트먼을 인용,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역사상 최악일 것”이라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CNBC는 이번 지진으로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미국 채권 수익률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오히려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세계 증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日, 전화위복 = 이번 지진이 일본 경제에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일본 정부가 피해 복구를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일본 경제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권사 컨버젝스 그룹의 니콜라스 콜라스 수석 전략가는 “재건 작업이 시작되면 건설·에너지 업종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는 새로운 부(富)가 창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경제 복구를 위한 재정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이 약해지겠지만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가까운 장래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 휩쓸고 간 아이티는 재건 특수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아이티는 대통령궁 등 파괴된 관공서를 복구하기 위해 행정 신도시를 건설했다. 로이터통신은 “도시가 새롭게 조성되면서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외국 기업들도 재건 특수를 잡기 위해 아이티로 몰려 들고 있다”고 전했다.
◆ 엔화 강세 =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장 대비 1.2% 내린 81.87엔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3일 이후 하루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유로·엔 환율도 전장 대비 0.61% 빠진 유로당 113.78엔을 나타냈다. 이날 엔화는 16개 주요 통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냈다.
CNBC는 일본 보험업체들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해외자산을 매각, 엔화를 자국으로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의 가치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크게 올랐다. 고베 대지진으로 일본은 1400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재건 산업에 대한 기대로 엔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 약 20% 올랐다. 뉴욕 멜론은행의 마이클 울포크 외환 전략가는 “1995년 당시에도 엔화가 크게 올랐다”면서 “일본인들이 해외자산에서 엔화를 빼내 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가, 소폭 하락 = 11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5% 내린 배럴당 101.1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런던 국제거래소(ICE) 5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66% 하락한 배럴당 113.44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의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유가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CNBC는 유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하고,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에서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 美 국채, 수익률 상승 = 일본 투자자들이 지진 복구를 위해 엔화를 자국으로 가져가면서 미 국채의 수익률은 상승(국채 가격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일본 투자자들은 미 국채에 투자된 돈을 빼내 자국 재건산업에 사용할 것”이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중국에 이어 미 국채의 최대 투자자인 일본이 자금을 회수하면 국채 수익률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부터 미 국채 투자를 늘려왔고,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미 국채 보유량은 8820억달러다. 중국은 1조1600억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 증시 영향 제한적 = 미국 기업들이 일본 재건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11일 미국 증시는 상승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5% 오른 1만2044.4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71% 상승한 1304.27, 나스닥지수는 0.54% 오른 2715.61을 기록했다.
CNBC는 일본 지진 때문에 증시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보험업체의 경우 보험금 지급 때문에 하락할 수 있지만 다른 업종은 수요 증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토드 호르위츠 아담메시트레이딩그룹 최고투자전략가는 “일본 지진으로 증시에 불안정성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진은 자연재해일 뿐이며 일본은 곧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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