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조슬기나 기자] "올해 강의 복이 넘쳐서 이제 자료 만드는 것도 '뚝딱'이에요. 벌써 5번째네요. 하반기에는 MBA 공부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회장님도 '어차피 해야 할 공부'라면서 흐뭇해하신 눈치였어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을 이끌고 있는 조현민 상무와 기자가 나눈 대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얘기다.
조 회장이 30세도 안된 어린 나이인 조 상무를 임원에 앉힌 데 대한 주위 우려의 시선은 불과 2개월여 만에 달라졌다. 당당히 자신을 '워커홀릭'이라 표현하면서 일에 '미쳐 사는' 그를 재벌가 막내딸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안팎으로 팽배해졌다. 임원으로 발령난 뒤 그가 팀원들에게 처음 요구한 것은 자신을 상무가 아닌 팀장으로 불러 달라는 것이었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상무는 전날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단에 섰다. 부서별 교육 과정의 일환이지만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 강의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는 선발한 신입사원이 200여명으로 예년보다 많아 두 차례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1시간으로 예정됐던 교육 시간은 조 상무와 신입사원의 뜨거운 호응 속에 30분 연장됐다. 조 상무는 "이번 강의는 '광고'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질의응답을 하고 골든벨 방식으로 문제를 냈더니 신입사원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 상무가 강단에 선 것은 올 들어서만 벌써 5번째다. 최근 1, 2차에 진행된 신입사원 교육에 앞서 1년에 한 차례 갖는 임원 세미나와 해외 지점장이 모인 자리에 기꺼이 나섰다. 비공식적인 외부 강연도 한 차례 포함됐다. 조 상무는 "올 들어 강의가 부쩍 많아지면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1월 열린 임원 세미나 때는 긴장이 돼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조 회장과 오빠(조원태 전무), 언니(조현아 전무) 앞에서의 첫 공식 발표였던 점도 심적으로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조 상무는 "임원 세미나는 큰 자리인 데다 사회 공헌 마케팅을 주제로 한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생각보다는 (발표 시간이) 빨리 갔고 매년 1번 열리는 임원 세미나에 처음 참석해 단기간에 많은 분야에 대해 듣고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강연 횟수가 잦아지면서 조 상무는 '더 배워야겠다'는 욕구가 일었다고 한다. 올 하반기에는 MBA 1년 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2년 과정을 고민했지만 회사 업무와 병행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 단기 코스를 결심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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