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영국 정부가 그 동안 비공개로 보관해온 미확인비행물제(UFO) 목격담 보고서 및 관련 정부 문서 35건을 기밀 해제하고 3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내용의 비상령이다.
때는 1967년 9월 4일. 영국군과 경찰에 비상령이 걸렸다. “외계인이 침공해왔다”는 내용이었다.
6대의 UFO가 잉글랜드 남부 상공을 날아갔다는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다. 이에 정보부와 국방부가 외계인의 침공으로 간주하고 비상령을 발동했다.
6대 가운데 하나는 출동한 군 폭발물 처리팀에 의해 폭파됐다. 이에 화학전 부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UFO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UFO들을 옮기려 들자 고막이 찢어질 듯한 경고음까지 울렸다. 경찰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들 비행접시는 판보로 공대 학생들이 만들어 띄운 장난감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12시간 지속된 비상령은 해제됐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방부의 전 UFO 분석가 닉 포프는 “1967년 비상령이야말로 당국이 외계 위협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간주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 35건은 총 8500쪽으로 목격자들이 제출한 UFO 사진과 그림, 목격담, 국방부와 목격자 사이에 오간 서신, 의회에서 진행된 UFO 관련 브리핑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UFO의 형태는 캐러멜처럼 생긴 날렵한 물체, 반지 혹은 해파리, 실패처럼 생긴 것 등 다양하다.
한 목격자는 1998년 10월 런던 자택 상공에서 맴도는 UFO를 발견한 후 외계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커다란 시가처럼 생긴 UFO 양쪽으로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고.
은퇴한 공군 장교가 스리랑카에서 촬영한 도넛 모양의 오렌지색 물체 사진도 공개됐다. 지상으로 떨어지는 위성 파편을 UFO로 오인한 것과 관련해 영국과 미국 당국 사이의 신경전을 담은 보고서도 있다.
지난 50여 년 동안 UFO만 전문적으로 조사해온 영국 국방부 산하 비밀 조직인 ‘SF4’가 2009년 비밀리에 폐지됐다. UFO 목격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SF4 핫라인도 끊겼다.
당국이 SF4의 연간 예산 5만 파운드(약 9500만 원)를 ‘국방 자원의 낭비’로 치부한 결과다.
SF4는 1950년대 이래 1만2000건이 넘는 UFO 목격담을 조사해왔다.
포프는 “확인되지 않은 비행 물체라고 모두 외계에서 날아온 게 아니다”라며 “이번 조처로 테러 공격에 영국 영공을 활짝 열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기밀 해제된 UFO 문서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영국 국가기록보관소 웹사이트(www.nationalarchives.gov.uk.ufos)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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