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가공식품 한정...식탁물가와 멀어
생산업체들 '울며겨자먹기'식 세일 동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 경쟁이 일부 가공식품에 한정돼 있어 정작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탁물가'를 잡는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높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들이 겉으로는 물가잡기에 앞장서는 듯 하면서도 속으로는 '미끼상품' 차원에서 이같은 가격할인 경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들어 총 21개 연중 가격동결 상품을 선보였다. 1월6일 코카콜라, 네슬레마일드커피, 해찬들고추장, 매일앱솔루트명작, 려자양윤 모 등 6개 품목을 시작으로 13일에는 동서 아몬드후레이크, 캘로그콘푸로스트, 하림닭가슴살 등 13개 품목이 추가됐다.
지난 3일에도 동원와인갈릭햄, 롯데카스타드, 동원고칼슘우유 등 3개 품목이 연중 가격동결 품목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들 가격동결 상품 대부분이 가공식품으로 매일 찬거리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품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홈플러스도 1200여개 상품을 연중 '착한가격'으로 판매한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지만 실상 기존 가격 할인행사와 큰 차이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600개 주요 생필품목에 대해 동일 품목 제품을 매주 선정해서 6주마다 가격을 낮춰 연중 600개 품목에 대한 할인 효과를 낸다는 것과 매주 600개 상품을 할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들은 기존에도 점포별로 매주 약 200~300여개 품목에 대해 가격할인 행사를 진행해왔던 것과 큰 차이는 없다.
롯데마트도 3일부터 애호박, 냉동꽁치, 큰두부, 사과, 코카콜라, 네스카페커피믹 스, 삼양수타면, 화이트허브랑, 좋은느낌한초랑, 진한참기름, 려흑윤청아 등 11개 품목의 가격을 한달간 동결했다.
두부 애호박 꽁치 사과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은 가공ㆍ기호식품에 해당한다. 즉 당장 구입하지 않아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는 상품들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겉멋만' 요란한 할인경쟁에 나서면서 가공식품 생산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같은 세일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작년 가격을 기준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하자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거래하고 있는 납품 중소기업 10곳 중 4곳 가량(44.0%)은 여전히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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