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수입 자동차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부분을 수리비(보험금)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차로부터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80원 가량을 수리비(대물 및 자차)로 지급하는 꼴인데, 이처럼 과다한 수입차 수리비용이 국내 손보사 재정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와 아우디ㆍ폭스바겐ㆍBMW 등 유명 수입차업체는 수리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수입자동차의 과도한 수리비 문제가 법적다툼으로 확산되고 있다. (본지 2월24일자 및 25일자 참고)
과도한 수입차 수리비용은 손보사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분담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3일 국내 대형 A 손해보험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보험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모두 572억8400만원(대물 및 자차)을 수입차 수리비로 지급했다.
이 회사가 같은 기간 수입차로부터 받은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709억6700만원. 수입차 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81%를 수리비로 다시 내주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이 보험사의 국산차 보험료 대비 수리비 비율은 35%(원수보험료 9414억2300만원, 수리비 3287억5800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과도한 수입차 수리비용은 손해보험사의 손해율(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보험사의 수입차 손해율은 90.9%다. 통상 손해율이 72% 이하면 보험사에 이익이 발생하고 72% 이상이면 손실이 난다는 점에서 이 보험사의 경우 수입차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보험사는 지난 2009회계연도(2009년4월∼2010년3월)에도 628억2000만원의 수입차 보험료 가운데 81.4%(511억3700만원)를 수리비로 지급했다.
또 다른 대형 손보사인 B사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B 보험사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수입차 보험료로 653억9300만원을 받아 수리비로 412억6200만원을 지급했다. 받은 보험료 가운데 63%를 수리비로 지급한 것이다.
B 보험사의 국산차 보험료 대비 수리비 지급 비중은 43%(원수보험료 1조4147억1700만원, 보험금 6057억5100만원)로 수입차 수리비용과 큰 차이가 난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자신의 차를 수리하는 계약인 자차 보험료의 경우만 뽑아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형 C 보험사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수입차 자동차보험 자차보험료로 모두 405억원을 받았는데 이 기간 자차 수리비(보험금)로 지급한 금액은 386억원으로 나타났다.
받은 자차 보험료 가운데 95%를 수리비로 지급한 셈이다. 이 보험사의 경우 지난 2009년에는 214억원을 받아 213억원을 수리비로 지급했다. 받은 보험료 전액을 수리비로 지급한 셈이다.
이처럼 수입차 수리비가 상상을 초월하면서 손보 업계에서는 '수입차 자동차보험은 받으면 손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수입차 자동차보험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 수리비(부품 및 공임)가 비싸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화재가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 유명 수입차업체에 '일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청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화재가 수입차업체들과 수리비용 분담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수입차 수리비의 기준이 되는 표준작업시간 및 공임이 국내 자동차에 비해 3~5배 높게 책정되는 바람에 수리비용을 부풀리고 있다는 게 삼성화재측 주장이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의 시간당 공임이 국산차 보다 턱없이 높게 책정된 것은 물론 표준작업시간 역시 수입차 업체별로 상이해 수리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보업계와 수입차 업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입차 공임 및 표준작업시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손보사의 관계자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와 한ㆍEU FTA가 공식 발효되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차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서둘러 수입차 수리비에 대한 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만약 수입차 수리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국산차 운전자에게 보험료가 전가되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별, 모델별 요율 차등화를 통해 수입차 보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수입차업체들이 부품 원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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