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지독한 가난과 고독. 공부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6개월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곧바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목표는 서울대학교. 이선정은 무섭게 공부했다. 도서관에 자리를 잡으면 가장 마지막에 일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었고, 그래야 직성이 풀렸다.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였다. 하루는 한 여학생과 보이지 않는 경쟁이 붙었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3~4시간을 앉아 버텼다. 결국 그 여학생이 일어난 뒤에야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만큼 열정과 끈기가 있었다.
나름의 노하우도 터득했다. 처음엔 무작정 밤을 세워 공부했지만 효율이 떨어졌다. 그래서 2시간마다 10분씩 쪽잠을 자며 공부했다. 눈을 뜨면 무조건 책만 봤다. 그렇게 6일을 공부하고 하루는 책을 덮은 채 푹 쉬었다. 능률은 점점 높아졌다.
방정식도 모르고 시작한 공부였지만 성적은 꾸준히 올랐다.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상승곡선을 그렸다. 마침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이자 대입 시험을 석 달을 앞두고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을 만큼의 성적에 도달했다.
그즈음 이선정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영어회화 시험 준비를 위해 나간 학원, 연상의 여자를 만났다. 태어나 그렇게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불우한 환경과 부모님의 외면. 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모든 정열을 쏟아 부었다. 사랑에 미쳐버린 셈이었다. 자연스레 공부는 멀리하게 됐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던 것. 아무 준비 없이 이별을 통보받았다.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갑작스러웠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죽을 만큼 괴로웠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게 당연했다. 헤어진 뒤 한 달 동안은 책을 펴보지도 않았다. 모의고사에선 답안지를 작성할 힘조차 없어 전부 1번만 찍고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런 상태로 대입시험을 치렀다. 평소 실력이 발휘될 리 만무한 일.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 나왔다. 재수를 고민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랑에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울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는 1995년 단국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반년 만에 포기했다. 학교나 학과 공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학업 자체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여전히 정신병원 입원을 권유할 뿐, 첫사랑에 상처입은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난한 살림에 학비를 받을 수도 없었다.
휴학을 하고 곧장 집을 나왔다. 그 땐 몰랐다. 진짜 고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란 사실을.
(2일 7편이 이어집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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