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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③ 5천 원으로 시작한 고물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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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③ 5천 원으로 시작한 고물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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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무작정 가출했지만 생계가 막막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경험해야 했다. 중국집, 미싱 보조, 하수구 스티커 붙이기, 섬유 공장, 시계 공장…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월급도 떼어보고, 도망도 쳐봤다. 밑바닥 생활의 연속이었다.

"한 번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지방의 한 공장에 들어갔다. 구멍가게조차 20여 분을 걸어나가야 있을 정도의 외딴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하루 2교대로 11~13시간을 일하다보니 골병이 들 지경이었다. 결국 한밤중에 도망 나와야 했다."

가출했지만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닌 건 아니다. 사춘기의 상실감과 방황을 비행으로 해소하고 싶지 않았다. 갈 길을, 마음 붙일 곳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고스란히 음악 학원 다니는데 썼다. 어린 시절 조용필도 다녔다는 유명 학원이었다. 제대로 먹고 입진 못했지만 기타를 맘 놓고 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다 부모님께 잡혀 집에 끌려간 적도 있다. 가출과 귀가가 반복되며 고등학교 진학은 자연스럽게 포기했다.

[핫데뷔일기]이선정③ 5천 원으로 시작한 고물장사


또 한번 가출을 감행한 19살 즈음. 모은 돈을 털어 '원조 달동네' 봉천동에 집을 얻었다. 산꼭대기 지하 월세방을 보증금 20만 원에 들어갔다. 벽지는 곰팡이가 슬었고, 살림살이라곤 냄비와 버너, 전자기타 하나가 전부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구겨진 5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잡힐 뿐이었다.


국밥집 한 끼 식사 값에 불과한 돈이었지만 그에겐 전재산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으로 길을 걷던 그의 눈에 허름한 동네 고물상이 들어왔다.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주인 할아버지를 만났다.


"왜 이 일을 하려느냐. 어린 친구가 할 수 있겠느냐." 가난한 대학생인데 학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거짓말을 했다. 주인 할아버지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물을 끌려면' 리어카를 사야한단다. 가장 싼 중고 리어카가 얼마인지 묻자 5만 원이라고 했다.


5천 원이 가진 전부라고 하자 주인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번 해봐"라며 선뜻 리어카를 빌려줬다. 젊은 사람이 기특하지만 얼마 못 가겠지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렇게 이선정은 '생애 첫 사업'을 시작했다.


(26일 4편이 이어집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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