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엉뚱함과 기발함. 이선정은 국민학교 최고의 명물이었다. 지금도 동창들로부터 '꼴통'으로 불린다.
쾌활했던 소년이 변해간 건 중학교 입학 뒤부터다. 바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모든 과목 선생님들은 달랐다. 낯선 친구들과의 만남도 어색했다. 사춘기였다.
부모의 갑작스런 종교 심취로 방황은 더 심해졌다. '휴거설'이 돌던 당시 맹신론자를 자청했다. 학교를 다녀오면 산에 올라 밤새 기도를 드렸다. 가세는 기울었고, 대화는 단절됐다.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13살 소년에게 현실은 가혹했다. 고독함에 성격은 자연스레 바뀌었다. 부정적이고 사색적으로 변했다. 까칠한 방항아 같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음악은 유일한 탈출 통로였다. 당시 유행하던 비틀즈, 레드 제플린, 딥퍼플의 음악에 심취했다. 매일 통기타를 연습하기도 했다.
음악인이 되고 싶어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탈출구였다. 음악을 듣고 기타를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묘한 해방감과 위로가 찾아왔다. 어느덧 용돈은 고스란히 음반 구매로 연결됐다.
부모님은 아들이 음악에 빠지는 걸 싫어하셨다. 기타 소리만 내도 혼을 냈다. 이 때문에 연주는 늘 지하실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음악과 생활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아버지가 마당에 음반을 수북이 쌓아놓은 뒤 모두 태워버렸다.
아끼던 음악의 '화형식'에 그는 짓밟힌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전히 부모님은 종교에만 몰두하신 채 아들의 외로움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소년의 마음을 달래주던 음악을 방황의 이유라 여겼다. 상실감은 결국 가출로 이어졌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3편은 26일 오전에 이어집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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