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 돌아온다. 2년 만이다. 그 2년 사이 G드래곤(이하 GD), TOP, 태양, 승리, 대성은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빅뱅이기도 하지만, 따로 활동해도 GD와 TOP의 유닛 앨범 < GD&TOP >이나 태양의 솔로 앨범 < Solar >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2년 만의 앨범임에도 그들의 컴백이 화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그룹 멤버 다섯이라기보다는 멤버 전원이 스타가 된 이 그룹은 어떤 결과물을 가져왔을까. 하나의 팀으로서 선보인 빅뱅의 신곡 ‘Tonight’을 미리 듣고, 프리뷰했다.
* 이 기사는 <10 아시아>와 YG엔터테인먼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YG블로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빅뱅의 새 앨범 타이틀 곡 ‘Tonight’은 얼마 전 유행했던 CF의 카피를 생각나게 한다. 댄스음악이지만 신나기보다 슬프다. 이른바 ‘후크송’처럼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의 귀에 꽂히는 멜로디를 던지지도 않는다. 또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면서도 눈에 확 띄는 군무를 출 수 있다거나, 카리스마 또는 귀여움 같은 명확한 이미지를 내세울 수 있는 곡도 아니다. 가장 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은 ‘거짓말’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곡이라고 하지만, ‘거짓말’과도 시작부터 다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2년 만의 복귀지만, ‘Tonight’은 지금 가요계의 유행 코드를 비켜간다. 오히려 그들은 낯선 것들을 모아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중독을 이끄는 어떤 분위기
몇 년간 가요계는 시작부터 짧고, 명확하고, 강한 소리들로 대중의 귀에 노래를 꽂아버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댄스음악은 강한 비트나 멜로디로 승부했고, 발라드는 사람의 귀에 대고 노래하듯 보컬의 절절한 전달력을 높였다. 빅뱅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Tonight’이 시작되면 마치 툭 던지듯, 잔잔하게 반복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등장한다. 이 소리만으로는 곡의 전개도 예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어쿠스틱 기타, 멤버들의 랩과 보컬, 후렴구가 이어져야 곡의 얼개가 보인다. 댄스음악이지만 마치 발라드처럼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나간다. 곡 후반부에 리듬의 속도가 가장 빨라지는 순간은 가장 신나기도 하지만, 차곡차곡 쌓인 감정선이 가장 슬퍼질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Tonight’에서 주목해야 할 순간은 그 클라이맥스 다음이다. 말 그대로 ‘폭발’하는 순간을 만들어낸 곡은 마치 폐허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듯 잔잔한 어쿠스틱 연주를 등장시키면서 천천히 다시 곡의 흐름을 끌어올린다. ‘Tonight’에서 전달하는 건 기쁨이나 슬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런 감정들이 가장 차분한 상태부터 흥분된 순간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상승할 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그 자체가 곡을 듣게 만든다. 참았던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오다 펑펑 울기 직전의 감정 같은 것. ‘Tonight’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뒤, 다시 시작부분을 들어보라. 그 순간의 소리만으로도 앞으로 등장할 분위기를, 이어질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일렉트로니카 비트에 애잔한 사운드, 반복적인 후렴구의 사용이라는 점에서 ‘Tonight’은 ‘거짓말’과 비슷한 요소들을 가졌다. 그러나 ‘거짓말’이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나 후렴구가 먼저 귀에 들어왔다면, ‘Tonight’은 특정한 소리나 멜로디 이전에 전체적인 소리의 질감과 분위기가 셀링포인트가 된다. 빅뱅은 ‘거짓말’ 이후 자신들의 특징 안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을 찾았다.
대중성과 트렌드를 모두 껴안는 빅뱅이라는 그룹
지난해 드레이크(Drake) 같은 뮤지션이 잘 보여줬듯, 이런 음악은 지금 세계 대중음악계의 트렌드 중 하나다. 그 점에서 ‘Tonight’을 비롯한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문자 그대로 ‘팝’과 동기화된 감수성을 가졌다. 그러나 빅뱅의 새 앨범을 주목해야할 이유는 해외의 새로운 트렌드를 국내에 제시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전달의 방식이 아니라 빅뱅이 트렌드 안에서 그들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Tonight’에서 클라이맥스로 가기 전, 브릿지 역할을 하는 멜로디는 태양이 불렀다. 그는 솔로 앨범과 달리 철저하게 노래의 흐름에 맞춰 힘들이지 않고 평온하게 멜로디를 소화한다. 하지만 그의 독특한 음색은 그대로 남아있고, 음색 자체가 음악을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임팩트를 준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GD와 탑의 랩은 확연히 다르고, 탑의 랩에서 대성이나 승리의 파트로 넘어가면 곡의 전개도 확연히 달라진다. 전체적인 곡의 전개는 일관된 분위기를 향해 가지만,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분위기를 해석하면서 모든 파트마다 기억할만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곡 전체의 일관된 분위기가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면, 빅뱅의 멤버들 각각이 대중성을 책임진다.
그룹으로서 빅뱅의 스타일은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일렉트로니카가 중심인 ‘Tonight’과 록 사운드로 채워진 ‘Right or Wrong’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두 곡 모두 역동적으로 느껴지던 후렴구가 똑같이 반복됨에도 갈수록 쓸쓸한 느낌으로 변한다. 멤버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곡의 분위기를 바꿔 나가면서 그에 따라 후렴구의 느낌이 달라진다. 어떤 장르의 곡이건 빅뱅의 노래는 후렴구를 기준으로 곡의 전개가 다채롭게 변화하고, 이 과정에서 신나는 도입부와 쓸쓸한 후반부가 공존한다. 그렇게 감정이 변해가는 사이 멤버들이 끊임없이 임팩트있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게 빅뱅의 음악이다. 이 앨범이 앨범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한 GD의 솔로 앨범이나 < GD&TOP >과 다른 이유다.
빅뱅은 그룹이 가진 역량을 통해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 스타일을 기반으로 대중성과 새로운 트렌드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 그게 빅뱅이 빅뱅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도 있지만 대중적이고, 록, 일렉트로니카, R&B, 랩이 모두 들어있지만 하나의 방향성을 갖는다. ‘거짓말’이 증명하듯, 빅뱅은 그 모든 걸 다 해낼 때 자신들의 시대를 만들었다. ‘Tonight’을 비롯한 이번 앨범도 그렇다. 물론 빅뱅의 새 앨범이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지금 가요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곡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Tonight’이 빅뱅에게 ‘거짓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선택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거대한 아이돌 그룹이 대중성 안에서 대중보다 한 발 더 나간 음악을 했다. 지금 빅뱅은 인기 아이돌이, 2년 만에 컴백하는 그룹이, 멤버들이 각자 스타가 된 아이돌 그룹이 해야 할 최선의 음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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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강명석 two@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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