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1991년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영화로 옮긴 '아이들...'이 개봉 첫주 77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을 일궈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아이들'은 주말 사흘간(18~20일) 52만 266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77만 324명이다.
'아이들...'의 첫 주 기록은 같은 날 개봉한 현빈 탕웨이 '만추'의 그것(주말 사흘 35만 3219명, 누계 45만 9506명)을 큰 차이로 따돌린 것으로 주연배우에 쏟아진 관심의 정도와는 상반된 결과다.
'아이들...'은 당초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상태에서 제작돼 개봉했다. 20년 전 당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으나 미해결 사건으로 끝이 난 데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박용우 류승룡 성지루 김여진 등 출연진의 티켓 파워가 약하다는 약점도 있었다.
'만추'와 개봉 첫날 2만여명 차이로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던 '아이들...'은 주말에 접어들며 '만추'를 2배 차이로 제치면서 큰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 개봉 전 시사회로 10만여명을 미리 모은 '아이들...'은 누적 관객수에서 30만여명 차이로 '만추'를 앞서고 있다.
'아이들...'은 1991년 3월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도롱뇽을 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뒤 2002년 9월 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아이들...'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미해결사건'이라는 미스터리한 실제 사건의 힘이다. 1991년 실종 당시의 대대적인 보도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은 이후 한동안 관심 밖으로 멀어져 2002년 사체 발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6년 공소시효 만료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해결 사건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장점이 있다. 미해결 사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객들은 영화에서 주어지는 사건의 단서들을 종합해 영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추적해간다.
'아이들...'에서는 극중 류승룡과 박용우가 실종된 소년의 부모를 용의자로 의심해 이를 입증하려고 하는 장면과 훗날 박용우가 경찰이 전해준 단서로 범인을 찾아내 뒤쫓는 장면 등이 미스터리 장르의 특징이 가장 부각되는 부분이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조화도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실종된 소년의 부모를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하는 류승룡과 박용우, 용의자로 오인받아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성지루와 김여진의 인상적인 연기는 사건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케 한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2시간에 압축하면서 장르적 성격을 가미한 이규만 감독의 연출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사실 전달에 중점을 둔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장르적 허구성이 강하다는 불균질성이나 장식적인 장면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종소년 가족들의 아픔을 잘 전달했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아이들...'이 미제 사건을 다룬 두 편의 영화 '살인의 추억' '그놈목소리'의 흥행을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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