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믿어요'가 경쾌한 웃음으로 막장 코드의 부담스러움을 상쇄시키고 있다.
'사랑을 믿어요'는 가족드라마를 표방했던 초기 의도가 무색할만큼 근친과 불륜 등의 자극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왔지만 허전함을 느끼는 유부녀 혜진(박주미 분)이 아내와 별거 중인 승우(이상우 분)와 애틋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불륜 무드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근친이란 위험한 소재까지 더해졌다. 김교감네 집에 입양된 윤희(황우슬혜 분)와 작은집 오빠인 우진(이필모 분) 간의 로맨스다. 물론 둘 사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엄연한 사촌지간이다. 불륜만큼이나 논란이 될법한 설정이다.
이처럼 민감한 소재는 최근 '사랑을 믿어요'의 들쭉날쭉한 시청률과도 관련있어 보인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9일 오후 방송된 '사랑을 믿어요'는 전국시청률 20.4%를 기록했다. 13일 시청률 25.6%보다 현격히 낮은 수치. 이런 불안정한 시청률은 최근 몇 주간 반복됐다. 이 때문에 19일에는 MBC '욕망의 불꽃'에 주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자칫 시청자의 외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사랑을 믿어요'가 선전을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막장 코드를 가리는 '깨알 같은' 코믹함과 유쾌함에 있다.
윤혜-우진, 철수(조진웅 분)-명희(한채아 분)커플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는 풋풋함을 더한다. 특히 은혜와 우진의 좌충우돌 로맨스는 근친이란 무거운 소재마저도 잊게 한다.
수봉(박인환 분)의 나이답지 않은 칭얼거림, 귀남(나문희 분)의 손녀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미경(선우용녀 분)의 천연덕스러움은 극 전체에 경쾌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영희(문정희 분)-기창(권해효 분) 가족의 엉뚱함도 코믹함을 더했다. 이날 초등학생 둘째아들 두현(오재무 분)은 학교 친구를 때리고, 부모의 명령을 어기고 파마를 했다. 기창에게 혼난 두현은 '발 길가는 데로 갈 겁니다'라며 내복만 입은 채 전격 가출을 단행,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경쾌함은 '사랑을 믿어요'가 가족드라마의 본래적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불륜 등의 무겁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할지는 향후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우진은 방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 때문에 쓰러진 어머니 화영(윤미라 분)을 걱정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에 우진과 윤희의 로맨스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전개에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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