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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격 인상에 붙이는 명상

시계아이콘03분 47초 소요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최근 안오르는 게 없을 정도로 식료품과 원자재 값이 뛰고 있다.


밀, 옥수수 등 먹을거리를 비롯해서 면화 등 입을거리, 고무와 철광석, 석탄 등 우리가 살기위해서는 꼭 필요안 원자재들은 거의 매일 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옥수수가격은 86% 급등했고 밀은 69%가 올랐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식품가격지수는 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은 작황부진으로 수확이 타격을 입은 게 원인이라고 한다.


고무는 지난 해 홍수로 생고무 수액 생산이 줄어 그렇다고 한다. 철광석과 석탄 등은 주요 산지인 호주 북부 퀸즈랜드주를 휩쓴 홍수 탓으로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급등한다고 한다. 원유가는 이집트 소요에 따른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고 한다.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도 한몫을 한다고 한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대 경제대국의 자리를 꿰찬 중국이 13억 인구를 먹여살리고, 소비하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원유와 식량이 필요하다. 자원과 식량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중국 다음가는 인구를 가지고 있고 도약 준비를 하는 인도 또한 경제성장과 인구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와 식량을 흡수하는 중국에 버금가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값이 뛰면 이득을 보는 측과 손해를 보는 측이 있게 마련. 고유가는 정유사와 유전개발사들에게 황금을 안기고, 밀과 옥수수 등의 가격 상승은 곡물회사들의 주머니를 불린다.


홍수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철광회사와 석탄회사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돈잔치를 할 만큼 급증하는 매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의 2010년 하반기 순익이 세계적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


BHP빌리턴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로 끝나는 하반기 순익이 105억2000만달러(주당 188.6센트)로 전년동기 61억달러(주당 109.8센트)에 비해 7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102억달러를 웃돌았다.


호주 등을 덮친 자연재해로 공급이 감소한 반면 중국 등 신흥국 수요는 늘면서 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광산업체 호주 리오틴토도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2009년 49억달러의 3배인 14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리오틴토는 지난해 철광석, 석탄, 구리 등의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제회복으로 인한 수요증가를 실적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장비 업체도 돈을 긁고 있다. 캐터필러는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지난해 426억달러 보다 많은 500억달러 이상으로 정했다. 주당순이익도 지난해 4.15달러 보다 많은 6달러를 전망하며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개발도상국에서 광산용 장비 수요가 늘고 있고 선진국의 경우 경기회복으로 오래된 건설장비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장세로 글로벌 정유사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멕시코만 석유유출사태로 타격을 입었던 유럽 석유생산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이 55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43억달러보다 늘었다.


실적이 좋으니 기업이 기분 좋고 주주가 기분좋고 광부가 기분 좋다. 리오틴토는 호주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7월1일 65.10호주달러에 거래되던 주가가 현재 88호주달러 수준까지 뛰어 올랐다. 중국 최대 구리생산업체인 장시구리는 같은 기간 주가가 23.44위안에서 42.63위안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 기업공개(IPO) 대문도 열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IPO에 봇물이 터진데 이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IPO도 기대할만 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재민들의 고충은 돈잔치가 만드는 축제의 분위기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가 좋고 중개사가 좋고 증권거래소가 이득을 보는데 누가 감히 불평불만을 터뜨릴 수 있을까?.


이럴 때일 수록 득을 보는 사람은 역시 돈이 있는 투자자. 금리 인상으로 돈을 벌고, 실적이 좋아진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로 돈을 번다.


마켓워치는 한 술 더 뜬다. 최근 세계 경제에 강한 회복세와 더불어 물가 급등 조짐이 나타나면서 물가연동채권(TIPS)과 주식이 인기를 얻고 있으니 거기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인 금은 오히려 가격 하락할 테니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원금을 물가에 연동시켜 채권의 실질가치를 보장해주는 TIPS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8월27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QE2)를 시사한 후 미국의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은 1.51%에서 2.29%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2.5%에서 3.21%로, 프랑스는 1.57%에서 2.20%로 올랐다. BEI란 인플레이션연동국채(TIPS) 수익률과 명목 국채 수익률의 격차를 말하는 것으로서,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척도로 사용된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도 세계 경제가 올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주식시장이 최고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러셀2000지수가 지난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9년3월9일에 비해 모두 두배 이상 상승했다고 전했다.


어디 이 뿐인가. 이들 지수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독일은행 도이체방크의 빈키 차드하 수석 전략가는 "S&P500지수가 올해말까지 1550을 돌파해 지난 2007년10월에 세운 역대 최고치 1565.15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업체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리처드 번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증시 전망은 1995년 이후 가장 낙관적"이라며 "미국 소형주의 수익률이 올해 신흥국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에 투자하라! 이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안이다.


물론, 어두운 측면도 있다. 수 십 억 인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식료품과 석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폭탄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금리를 인상하고 양파 등 농산물 수출을 금지하는 등 극약처방을 하고 있는데 약발은 없어 보인다. 수요는 높은데 홍수 등 천연재해로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금리만 올린다고 수입물가가 잡힐지는 의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임은 예나 지금이나 고통을 가장 많이 받기는 마찬 가지다. 소득 수준은 정체돼 있는데 온갖 상품가격이 뛰니 쓸돈이 줄어들어 고충은 갈수록 커진다.


한국의 수도 서울, 1억원짜리 전세는 씨가 말랐다. 우유를 사려고 해도 값이 하루 하루 다르게 뛴다. 팍팍해진 삶의 현장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탈출을 꿈꿀 수 있는가?. 가능성은 제로다. 환율변동의 바람은 거세고, 원자재 값 급등을 온몸으로 얻어맞는 나라다.


꼭 한국의 사정만 그렇지 않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세계은행(WB)의 지적을 보자. 세계은행은 올해 식품가격 급등으로 4400만명이 극빈상태에 빠질 것으로 경고했다. 동지애를 느끼기에는 너무 많다.


블룸버그 통신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WB가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글로벌 식품가격이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4400만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극빈상태로 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극빈이란 하루 1.25달러 미만, 한화로 약 1400원으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상태다.
하루 세끼 이걸로 버틸 수 있을까? 식료품값이 싸고 인건비가 낮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런 인구가 새로 4400만명이 생긴다고 한다. 국제연합이 지난 해 극빈자를 9억2500만명으로 추정했으니 이 숫자를 더 하면 9억7000명 쯤 되리라. 세계 인구를 60억명으로 가정한다면 6명이나 7명 중 한명이 극빈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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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남의 얘기로 치부해버릴수 있을까?.그렇지 않다. 식료품가격 급등은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시발점이었던 튀니지 사태의 경우, 시작은 식품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던 국민들의 분노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집트에서도 식료품 값이 급등해서 시위의 촉매제가 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리라.


한쪽은 두둑한 배당으로 배를 치고 있지만 한쪽은 주린 배를 안고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이게 현실이다. 세계는 넓고 평평하다지만 별로 평평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현실이다. 바로 이런 현실을 보고 냉혈한처럼 투자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작금의 가격상승 현상이 주는 교훈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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