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영진│이 남자, 웃기려고 이렇게까지 합니다

시계아이콘02분 2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때론 어떻게든 일을 붙들고 있는 것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 이거 마감 못한다고, 이 직업으로 먹고 사는 건 안녕이라고, 말도 안 될 정도로 원고가 안 나오는 밤을 해결해주는 건 재능도 뭣도 아닌 불면의 시간 자체인 것처럼. KBS <개그콘서트> ‘뿌레땅뿌르국’ 종영 이후 부침을 겪다 지난해부터 ‘두분토론’으로 개그 경력의 정점을 찍고 있는 박영진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다, 나쁘다가 아닌 모든 밑천이 다 떨어졌다는 기분에 “나도 이렇게 나가떨어지는구나”라고 자괴감에 빠졌던 개그맨을 끌어올린 건 다시 샘솟은 창작력이 아닌 그 자괴감으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나날이었다.


“저는 아직 좀 많이 먼 것 같아요”


박영진│이 남자, 웃기려고 이렇게까지 합니다 ‘박 대 박’(왼쪽)이나 ‘뿌레땅뿌르국’처럼 그는 언제나 궤변을 밀어붙여 웃음을 이끌어냈다.
AD

스스로도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그 평범한 말에 사람들이 왜 웃어주는지 알지 못하겠다는 그에게 ‘두분토론’으로 얻는 인기는 “희한하고 신기한 일”이다. 남하당 박영진 대표의 캐릭터도 후배 김영희가 받아칠 것에 방점을 둔 소위 깔아주는 역할로 만든 것이었다. “저는 정곡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잘 되는 경우가 많아요. 좀 많이 먼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박영진이 따먹고 있는 ‘두분토론’의 과실이 행운으로 보일 수도 있다. 처음으로 코너 아이디어를 내고 박영진을 합류시킨 김기열과 코너를 계속해서 다듬어준 제작진의 도움을 생각하면 더더욱. “‘소는 누가 키워’라는 멘트도 만약 감독님이 별로라고 했으면 아예 시도도 안했겠죠. 유행어로 만들겠단 생각도 없었고요. 운이 좋아 무대에 올린 건데, 몇 주 있다가 감독님이 다른 멘트로 바꿔보자고 했어요. 어차피 ‘일은 누가 할 거야’라는 뜻이었으니까 ‘감자는 누가 캘 거야’라는 식으로. 그 때 작가님께서 반응이 좀 오고 있으니 그냥 가보자고 하고 감독님도 오케이 하셔서 지금 이렇게 된 거예요.” 하지만 행운이란, 때로 단순한 우연이 아닌 수많은 필연이 겹쳐지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분토론’ 이전부터 박영진의 개그 스타일은 상당히 뚜렷한 편이었다. ‘청학동에서만 청학동 예절을 배워야 하는 거면, 껌 씹으러 핀란드 가고 김밥 먹으러 지옥 가겠다’는 ‘박 대 박’ 시절이나, ‘바나나 1000개 중 600개는 아내, 398개는 아들 명의로 있어 자기 바나나는 2개밖에 없는 장관을 나라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던 ‘뿌레땅뿌르국’의 무인도 왕, ‘옥택연이나 옥동자나 둘 다 짐승 소리 듣는 건 똑같으니 똑같다’고 우기는 ‘봉숭아 학당’까지, 그는 언제나 궤변을 밀어붙여 웃음을 이끌어냈다. 인물의 프로필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두분토론’이 거의 최초지만, 그 전에 박영진은 그런 개그 스타일 자체를 박영진 자신의 캐릭터로 누적해왔다. ‘뿌레땅뿌르국’을 다 짜놓은 김기열, 이종훈, 정태호가 ‘돌아이 캐릭터가 필요한데 너밖에 없다’며 그를 합류시킨 건 아마 그래서일 거다. “말로 짜는 건 100개도 할 수 있”는 재능의 활용. 이것은 그의 영역인 동시에 또한 그의 영역이 아니다. 분명 자신만의 개그 스타일로 웃기는 건 그지만, 그 포인트를 코너의 어떤 지점에서 터뜨릴지 판을 짠 건 동료들이었고, 때로 미처 의도하지 않은 의미까지 읽어내며 즐거워한 건 대중들이었다. “‘뿌레땅뿌르국’을 시사 풍자 개그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냥 무인도에서 먼저 자리 잡은 3명이 그걸 나라입네 하는 걸로 웃음을 주는 건데, 나라라고 하니까 당연히 군대, 경제, 세금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보는 사람들은 이게 우리나라 얘기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엔터테이너로서의 성공 여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재능을 넘어서는 의지, 어떻게든 웃겨야 한다


박영진│이 남자, 웃기려고 이렇게까지 합니다 박영진은 아직도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평범한 말에 사람들이 왜 웃어주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한다.


지금 ‘두분토론’으로 인기를 누리는 박영진을 그저 행운아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어디 건방지게 여자가 황도 먹으려고 술집에 와’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캐릭터는 역시 뻔뻔했던 그의 수많은 과거 개그가 누적된 본인의 캐릭터를 통해 더 부드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때문에 깔아주는 멘트라 생각했던 것은 개그로 받아들여지고, 남하당 박영진은 메인 캐릭터가 된다. 본인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유 없는 행운도 아니다. 그 수많은 경우의 수가 황금비율을 이룰 수 있는 건, 그만큼 이리저리 조합하고 고민하고 다른 이들의 조언을 구하는 시간이 있어서다. 웃기는 걸 업으로 삼은 이들의 정점인 KBS 공채 개그맨들조차 소재 고갈에 허덕이고 여차하면 잊히는 게 이 바닥이다. 재능의 많고 적음 여부는 이미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웃겨야하겠다는 의지로 자신의 재능을 쥐어짜고, 여러 긍정적 요소가 더해질 때 비로소 한 코너가 방송을 타고 대중을 만날 수 있다. 여전히 박영진에게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웃음은 신기한 것일 수 있지만 그런 해석의 맥락을 무대 위에서 연 건, 결국 아등바등 새 코너를 짜기 위해 노력한 자신이다. 신기한 결과란 사실, 신기할 정도로 노력한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위근우 eight@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