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 없지만, 놓치기에는 아쉬운 잡학(雜學). 그런 지식만 골라 담은 책을 소개하는 '잡기의 달인'을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뵙겠습니다.
'소문사설, 조선의 실용지식 연구노트' 이시필 지음/백승호 부유섭 장유승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1만4000원
"종이를 꼬아 불을 붙여 꽁무니에 갖다대면 구할 수 있다. 돼지털이나 솔잎으로 콧구멍을 찔러도 된다. 연잎 위에 올려 놓아도 괜찮다. 옹기에 넣고 거울로 비추면 자기 그림자를 보고는 싸기도 한다"
숙종의 어의였던 이시필이 '소문사설'에서 소개한 '거북이 오줌 얻는 법'이다. 그는 "거북이 오줌으로 사기 그릇을 갈면 부드럽게 갈아진다"면서 "이것으로 먹을 갈아 바위에 글씨를 쓰면 자국이 들어간다"고 한다. 바위에 글자를 쉽게 새기려면 거북이 오줌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은을 금으로 만드는 법도 있다. "계란 흰자를 삶아 은과 함께 입에 넣고 있으면 잠깜 사이에 금빛이 된다"고 주장한다. 만다라화를 웃으며 따서 술을 빚으면 사람을 웃게 하고, 춤추면서 따면 사람을 춤추게 한다는 '과학지식'도 설명한다. 이시필은 "시험해보니 과연 그러하다"고 당당하다.
'소문사설'은 18세기 조선의 생활문화 백과사전이다. 책을 펴낸 백승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조교 등이 쉬운 한글로 번역했다. 독자들이 읽으면 당황스러운 내용이 한둘이 아니지만,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주치의에 해당하는 이가 고심해서 쓴 책이다. 네 번이나 청나라를 갔다오면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지식이 엮여있다.
물고기 잡는 칼과 그물, 시루, 삽 제조법 등을 비롯해 마취하는 법, 쉰 술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법, 가짜 꿀 가려내는 법, 쥐약 만드는 법, 고양이 고르는 법 등 실용지식이 총망라됐다.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한 진짜 실용지식을 연구한 이시필의 마음 씀씀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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