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포털사이트에 한국과 연관된 기사가 떴다 하면 곧바로 댓글에 등장하는 단어가 '까오리빵즈(高麗棒子)'다. 일제시대 몽둥이를 들고 중국인을 괴롭혔던 한국인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설도 있지만 지금은 어원에 상관없이 한국인을 비하해 부를 때 쓰이고 있다. 연평도 사건, 불법조업 어선 등 이슈 관련 댓글 가운데 '한국을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 등 극단적인 의견이 쏟아질 정도로 한동안 잠잠했던 반한 감정이 최근 동북아 국제정세 불안을 계기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류의 진원지였던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고조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록을 계기로 본격화된 '문화주권 갈등'으로 한국이 '문화 약탈자'란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일부 책임감이 결여된 중국 언론이 퍼뜨린 '한국은 공자도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 등 날조된 뉴스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한국기업의 야반도주, 현지 주재원의 부적절한 언행 등도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중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인상이 중국 사회에서 확산되면서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우방의식'이 약화되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혐한론'의 주역이 다름이 아닌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언론, '중국에 이런 것 있어? '등 경멸 섞인 질문, 주변사람의 시큰둥한 대접 등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 경제적 자부심과 문화적 우월감을 가진 중국의 빠링후(1980년대 이후) 세대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중국제품을 쓰레기처럼 취급한다' 등 그들의 경험담이 인터넷을 돌고 돌아 중국 네티즌들의 '사이버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고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중국인의 날로 팽창하는 민족주의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아직 수교초기에 머물고 있거나, 반공교육 시대의 흔적을 지닌 한국인의 대중국 인식과 이해 부재에도 문제가 있다.
올해는 한ㆍ중 수교 19주년이 되는 해다.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이 이미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해졌고, 교역액은 수교 당시보다 30배 증가한 20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3만개를 돌파했고, 한 해에 2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데다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이념과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와 편견으로 정서적인 거리가 여전히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감정대립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반한 감정이 당장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국가호감도가 이처럼 계속 떨어진다면 한국제품의 이미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한국기업의 인재확보도 애로를 겪게 될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한ㆍ중 관계의 다리 역할을 했어야 할 재한 중국인들이 오히려 반한파가 돼 돌아간다면 한ㆍ중 관계의 미래도 밝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소통을 통해 차이를 인정하고 조화를 찾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한국 대학생의 절반이 중국 주석이 누군지를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이웃나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반영한 예다. 양국 언론은 객관성이 결여된 보도를 지양하고, 두 나라 정부도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상대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자국 우월주의를 극복하는 열린 마음이 절실히 필요하다.
썬쟈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