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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국제회계기준에 신흥국 목소리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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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국제회계기준재단 이사 인터뷰
대담 = 박종인 금융부장 겸 경제담당 부국장


아시아 지역 이사 연합체 구성 추진
한국의 IFRS 외교관 역할 자청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에 한국은 물론 신흥국의 입장을 더 반영하기 위해 힘쓰겠다."

지난해 말 한국인 최초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 Trustee) 이사가 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사진)의 포부다.


한국은 올해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위원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아직 IFRS를 도입하지 않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IASB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 이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자기는 안 먹는 커피에 독을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이 IFRS 도입을 미룬다면 강력히 압박해야 된다"며 "이번 동경 회의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ASB는 미국과 유럽의 양강 구도다. 미국은 IFRS를 도입하지도 않았지만 무려 4명의 위원을 내고 있고 유럽도 영국 2명, 프랑스 1명, 스웨덴 1명, 독일 1명 등으로 총 다섯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일본·인도 세 나라만 각각 1명씩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호주가 각각 한 자리씩 맡고 있다.


때문에 정 이사는 우리나라도 IASB 위원을 하루빨리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ASB를 감독하는 상위기구인 IFRS재단에 진출하긴 했지만 실무는 IASB에서 맡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한국의 IFRS 외교관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IFRS재단 이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할 방침이다.


그는 "현재 IFRS재단의 회원으로 있는 아시아 5개 나라인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 중 현재는 일본의 목소리가 가장 크고 한국이 제일 작다"며 "혼자서는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봐야 한계가 있고 이들과 잘 연합하면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담>
-IFRS재단 이사로 부임한 뒤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지난달 말에 IFRS 전문가들을 모아 회의를 했다. 현재 회계법인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문제가 있더라. 금융위원회나 한국회계기준원 등 관계 당국은 회계법인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한다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애로가 있다고 들었다.


IFRS는 기본적으로 원칙 중심이어서 이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도입 초창기다 보니 해석 기준을 다양하게 창출하지 못하는 것 같다. IFRS를 실무적으로 적용하는 부분에서도 일부 정리가 안 된 부분들이 있어 빨리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IFRS 자체가 아직은 덜 성숙된 면이 있고 국내 적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관행이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든지 시행사 등 다른 나라보다 예민하게 작용하는 기준이 있다. 어떤 게 더 옳은지는 별개의 문제고 우선 기존의 업무 관행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연착륙이 필요하다.


IASB 멤버 15명 중에 한국이 끼지 못한 점도 문제다. IFRS재단은 IASB의 상위 기구로 전략을 결정하는 곳인데 이번에 우리가 겨우 꼈다. 실무 분야에는 아직 못 낀 셈이다.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이 많이 필요할 거 같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국력의 차이는 있다. 회계는 공급자인 기업 및 회계법인과 수요자인 투자자 사이의 문제다. 어디에 역점을 둘 것이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같이 얼버무렸다면 앞으로는 알 권리 중심으로 가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회계사나 상장법인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회계기준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지 않나
▲공급자 입장도 반영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유럽식과 미국식의 대립인 셈이다. 회계는 일종의 관습이고 관행인데 한번에 바꾸기는 어려우니 천천히 해야 한다. 우리는 한목에 확실히 가 버렸다. 결단력 있는 의사 결정을 한 것이다.


과거에 거래 투명성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사례와 비슷하다. 일단 먼저 도입해놓고 나중에 시장 관행을 고쳤듯이 IFRS도 마찬가지다. 회계투명성이 낮다는 비판이 있으니 IFRS 도입을 계기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IFRS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아직 완전히 정착이 안 됐다는 점이다. 조직의 지배구조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어떤 게 가장 진실한지보다는 유럽식과 미국식 양대산맥 간의 각축에 신흥세력의 목소리도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


둘째는 회계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몇몇 이해관계자들끼리만 협의를 한다든지 하는 식이 된다면 문제가 있다. 지난달 전문가 회의에서 교수들이 한 얘기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쌍방향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를 할 때도 많은 관계자들이 참여해서 결정해야지 집행부 몇 명이 모여서 하는 것은 투명성의 문제가 있다.


회계는 자본시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 위주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나라인데도 단순히 힘으로 회원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회원 자격 요건을 정해서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IFRS를 전면 시행한 반면 회원국들 중 아직 IFRS를 시행 안 한 데도 많다. 그런데도 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국력 중심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주요한 나라인 미국과 일본이 아직 IFRS를 시행하지 않았다. IFRS 제도가 절름발이인 셈이다. 이 부분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이 가입을 늦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 입장에서는 조기에 가입해서 빨리 정착시키는 게 국익에 맞다고 해서 한 건데, 외국은 국민들에게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 건 최대한 천천히 시장과의 합의를 이뤄서 하기 때문에 지연되는 듯하다.


미국이나 일본이 IFRS 도입을 계속 미룬다면 압박해야 된다. 자기는 안 먹는 커피에 독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IFRS도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비슷하다. 회원국도 그렇다. 미국이랑 유럽에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IASB에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비슷한 모니터링보드라는 운영기구가 있는데 그런 기구들이 앞으로 비중이 커지는 신흥국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향후 IFRS재단 이사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할 얘기를 가감없이, 그러나 아주 외교적인 수사로 잘 정리해서 전달을 하려고 한다.


일차적으로 아시아 지역 이사 5명이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는 일본이 IFRS 조직 내 목소리가 크고 우리는 아시아 나라 중에서도 목소리가 제일 작다. 이들과 잘 연합을 한다면 의외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협력 구도를 잘 짜야한다.


-IFRS를 놓고 미국과 일본이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 것인지
▲미국은 엔론 사태가 터지면서 낮은 단위의 회계기준를 갖고는 회계투명성을 이루기 어려우니 기준을 강화하자고 한 게 IFRS다. 미국 내에서 투자자나 증권시장 참여자 등 권역별 이해관계자들 간에 IFRS로 가는 건 합의를 했지만 국제적으로 어떻게 속도를 맞출 것인지는 합의가 안 된 듯하다. 최근에는 IFRS 도입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치단결하지 않고 분열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IFRS의 종주국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일본도 비슷한 이유로 가입을 안 하는 것인지
▲일본은 자기들만의 독자적인 체계가 있다. 자체 회계기준이 탄탄하게 설정돼 있는 나라는 IFRS로 들어가기 어렵다. 이에 비해 회계기준이 느슨한 데는 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미국이나 일본의 그런 점을 감안해주는 건 불가피하지만 의지가 없는 건 문제가 있다.


-이번 IFRS재단 진출로 업계의 기대가 큰데 향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지
▲기존에는 국내에서 회계인들을 잘 대접을 안 해줬는데 기대가 많더라. 사실 이번 IFRS재단 진출은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세가 약해지면서 신흥국·아시아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녹아들면서 경쟁구도가 복잡하다. 이런 갈등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핵심이다. 동아시아가 예전에는 변방이었지만 이제는 세계를 움직이는 한 축이다. 이 축의 중심에 한·중·일 세 나라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해 나갈 계획인지
▲우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공부의 목적은 우리나라가 잘되게 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걸로 생각하고 활동하겠다.


국내에 IFRS포럼도 만들 계획이다. 기업 및 당국 등 이해당사자들이 다 모여서 1년에 두번 정도 모여서 난상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입장을 정리해서 향후 IFRS재단 활동에 참고를 할 것이다.


-IFRS 도입으로 인해 업종별로 겪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가적인 큰 이익과 개인적인 작은 이익이 부딪히는 문제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IFRS 도입은 시장의 나쁜 관행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물론 예행연습을 제대로 못 해보고 갑자기 하면 되겠느냐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민규 기자 yushi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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