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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과학이 과학을 서로 씹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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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과학이 과학을 서로 씹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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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선 가게의 생선은 모두 물이갔다는 은밀한 소문은 결국 자신을 포함한 시장의 모든 생선 가게에 피해를 준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시장의 모든 생선이 싱싱하다는 긍정적 홍보만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전략이다.


신년 인사차 과학기술계를 찾은 대통령이 덕담으로 전해준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담이다. 사실은 우리 과학자들도 남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과학자들 사이의 불신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가 모두 그렇다. 우리 과학자들은 모래알 같다는 비판도 있다. 대덕의 썰렁한 분위기가 가장 확실한 증거다. 출연연 사이의 교류도 없고, 과학자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치열한 경쟁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과도한 업적 평가와 길을 잃어버린 개혁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불신의 문화가 과학기술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고질병의 단면일 뿐이다. 이웃과의 정겨운 삶은 아득한 옛 이야기가 됐다.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막말과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누구나 입으로는 '법'과 '질서'를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자기에게만 유리한 '떼법'을 떠올린다. 어쩌면 과학기술계의 상황이 유난히 더 나쁘다고 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고 과학기술계의 현실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도를 넘어선 불신 풍조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단순히 '나' 대신 '우리'를 앞세우자는 초등학교 도덕 수준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흩어져서 죽는 것보다 하나로 뭉쳐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고 될 일도 아니다. 모든 것이 경쟁만 부추기는 잘못된 정책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다. 과학자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경쟁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과학자들을 불합리하고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정책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출연연 과학자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과 평가, 정부 부처가 쏟아내는 화려한 연구개발사업, 대학 교수의 과도한 업적 평가 등은 대부분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과학기술 정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달콤한 사탕과 매서운 채찍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과학자를 관리하는 일은 정작 과학을 전혀 모르는 '문과' 출신의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들에게 맡겨져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학은 정책 전문가의 화려한 기획서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계의 평가는 제쳐두고 언론의 힘에 의존하는 무의미한 홍보가 과학자들 사이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의 '세계 최초'식 홍보와 뜬구름으로 끝나버린 황우석식 홍보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과학적 성과에 대한 진정한 홍보는 학술지와 학술회의를 통해 이뤄져야만 한다.


정치에 대한 어설픈 환상도 버려야 한다.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가 끝없이 표류하는 진짜 이유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합리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과학자에게 정치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의 소중한 조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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