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김택진, '야구 신화' 쓰나 관심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세상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들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내걸은 회사의 사시다. 그는 사시를 구체화하기 위해 늘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온라인게임에 이어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할 방법으로 프로야구를 택했다. 온라인 속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야구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도 아닌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한 배경에는 김 대표의 의지와 승부근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의 우선 협상자로 엔씨소프트를 선정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KBO, 창원시 등과의 협력을 통해 창단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도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는 프로야구 창단에 엔씨소프트가 뛰어든 것은 김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도 게임을 산업으로 성장시켜온 그가 이번에는 건전한 즐거움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김 대표는 야구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를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야구단 창단은 김 대표로서는 재수다.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되고 히어로즈가 창단되는 과정에서도 엔씨소프트는 구단 인수를 타진했지만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창원시를 연고로 한 야구단을 통해 온라인게임 일변도의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가문화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로야구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야구장과 같은 실제 공간에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창조해 내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온라인게임 사업 외에 프로야구라는 전혀 생소한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진 김 대표는 그동안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전략으로 엔씨소프트를 세계적인 온라인게임 기업으로 키워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9년 '아래아한글'의 공동개발에 참여했으며, 1995년 현대전자에서 국내최초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아미넷 개발 팀장을 맡기도 했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김 대표는 당시 개념조차 모호하던 온라인게임에 첫 승부수를 던졌다. 1997년 자본금 8억원으로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김 대표는 1998년 '리니지'를 선보이며 벤처 기업의 '신화'로 떠올랐다. 성장을 거듭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9년 매출 6347억원, 영업이익 2338억원, 당기순이익 1854억원을 달성했으며 지난 2010년에는 7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올해 프로야구단 창단 외에도 신작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을 통해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은 지난 2008년 공개돼 국내 온라인게임의 중흥을 이끌었던 '아이온'을 잇는 엔씨소프트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게임의 서비스 일정은 오는 10일 실적발표와 동시에 진행되는 기업설명회(IR)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연내 상용화가 유력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야구단 창단을 통해 오프라인 사업이 구체화되고, 온라인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레이드앤소울의 글로벌 상용화가 완료될 시점에 주주가치 또한 증대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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