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사라진 '강만수 변수'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선에 류시열 회장 대행의 투표권 행사 가능 여부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설 연휴 직전까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강만수 경제특보 및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사실상 '출마 포기'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부상한 변수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최근 "금융지주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신한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특별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에는 류 회장 대행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의 2파전으로 압축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류 회장 대행의 투표권 행사를 놓고 적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신한 특위는 사외이사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국내 이사 3명은 라응찬 전 회장 임기중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라 전 회장이 밀고 있는 류 대행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의 표심은 한 이사장 쪽으로 기울었으며, 단일 최대주주인 BNP파리바자산운용 측 이사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류 회장 대행의 투표권이 차기 회장 선임의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신한지주가 지난달 류 회장 대행의 투표권 행사 권한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법무법인을 통해 타진한 것도 이러한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한 때문으로 신한지주는 "류 회장 대행의 투표권 행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신한지주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형국이다. 현직 사장이 자신에게 표를 던져 오너십을 연장하는 건 국내 금융권의 후진적인 지배구조 행태라면서 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금감원 관계자는 "회장 후보 본인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비상식적인 처사"라며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의 경우 본인이 추천되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신한지주 회장 인선이 전 경영진 계파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것과 관련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류 회장의 투표권 행사를 전 경영진간 자리 다툼의 연장선으로 보고 엄중 경고했다는 해석이다.
금감원이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대해 검사에 착수한 것도 신한지주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읽힌다. 지난달 사장을 선임한 KCB는 당시 사장이 투표권을 행사해 연임에 성공했으며 금감원은 이를 문제삼아 검사에 나섰다.
한편, 강만수 위원장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면서 우리금융지주 새 수장의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강 위원장이 금융회사 CEO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팔성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 정부가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강 위원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추천 형식으로 추대될 공산도 크게 때문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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