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세계 문명의 발상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클레오파트라와 파라오. 수에즈 운하.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몇 안되는 단어들이다. 산유국들이 밀집돼 있는 중동국가지만 원유생산량도 많지 않아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다. 우리나라와 교역비중도 3%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보면 지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먼 나라다. 이 먼 나라의 민주화 시위가 전날 코스피지수를 39.14포인트(1.81%)나 급락시켰다. 지난해 5월 중국쇼크 이후 최대 낙폭이다. 우리 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증시가 동반 타격을 받았다.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가 다른 중동국가들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은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거나 독재정부가 수십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이집트 시위가 튀니지의 민주혁명의 영향을 받은 것을 비춰볼 때 이같은 걱정이 '기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악재는 중동의 민주화 시위가 아니라 이로 인한 혼란이다.) 이집트 사태가 금방 해결될 기미는 보이고 있지 않지만 사태 악화 초기처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반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이날 새벽 뉴욕 증시는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개선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이집트 시위 장기화라는 악재를 눌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68.23포인트(0.58%) 상승한 1만1891.93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3.19포인트(0.49%) 오른 2700.08로, S&P500 지수는 9.78포인트(0.77%) 뛴 1286.12로 거래를 마쳤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국내증시가 미국처럼 바로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확대된 변동성을 감안할 때 마냥 상승추세에 베팅하는 것도 불안하다. 상승추세가 유지되는지 기술적 지지선을 확인하면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한금융투자는 2050선을 1차 지지선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연말 지수의 저항선이었다. 2차 지지선은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2015를 제시했다.
종목별 접근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와 건설 등 일부 잘나가던 종목과 업종들이 이집트 충격에 제대로 타격을 받았다.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과도한 반응이라며 '매수' 기조를 유지하라고 권하지만 급락을 바로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모험을 바로 실행할 필요는 없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검토한 후 가격메리트까지 계산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도 상승추세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종목과 업종에 대해서는 좀더 우호적인 시각을 가져도 된다. 반도체, 정유 및 조선업종이 그들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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