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미국변호사
얼마전 인터넷 카페에 어떤 분이 인도 비즈니스에 관한 질문을 올렸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인도에서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시는 듯 했다. 질문의 요점은 인도 현지인 명의로 공장을 등록해 놓은 부분이었다.
인도를 비롯해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고민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다. 운영은 실제 한국인이 하지만 명의를 현지인으로 해 놓은 상태에서 뒤늦게 명의를 전환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요지다.
동남아 등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현지의 법규 등으로 인해 이런 형태가 적잖이 등장한다. 개방화 물결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도 외국인에 대한 규제로 인해 현지인을 대리인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뒤늦게 명의이전이 필요하게 되면 처음 편리하게 느꼈던 현지인 명의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 실제로 대리인 계약이 있고 운영은 한국인이 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면 명의이전 소송에서 승소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지인을 대리인으로 사용할 때는 제대로 된 대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러면 간단하게 생각했던 문제는 꼬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대로 된 대리계약이란 대리권의 범위와 기간을 명확히 하는 계약을 말한다. 투자자 본인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인도를 비롯한 어느나라에서든 이를 꼭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 현지명의를 빌려준 대리인과 갈등이 풀리지 않는 경우라면 합작투자로 전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전략적 제휴관계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것만 확실하게 해둘 경우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지 대리인의 명의를 무조건 이전받는 것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외국인 단독 투자가 가능하지 않은 분야가 있어서다. 2010년부터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 발효됨으로써 많은 분야에 외국인 단독 투자가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식·음료와 의류 리테일 등 소매업은 아직도 49% 이상 외국인이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합작투자가 필수적인 것이다. 합작투자를 하면서 51%의 지분을 확보했다 해도 경영권을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75%의 주주 동의가 필요해서다. 이사회 구성이나 사장 선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에비해 제조업과 건설업 등 각종 서비스업은 많이 개방되어 외국인이 독자적으로 법인설립이 가능하다. 중공업이나 건설 등은 문화차이나 의사결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합작투자가 결렬된 사례가 많아 단독투자를 권하고 싶다. 코트라 집계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대부분 단독투자를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카페에 질문을 올린 분은 현지 사정에 밝은 인도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사장에 임명하고 자본금 납입이나 지분투자는 혼자 해결한 경우로 이해된다. 따라서 명의이전을 할 경우 먼저 CEPA 상의 제약을 검토해야 한다. 또 합작투자나 전략적 제휴 등으로 이사회 구성을 다시 하는 데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여의치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사실관계와 일치하는 외국인 단독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향후 인도에 진출할 개인이나 기업이라면 법적 규제 등의 자문을 미리 받아야 한다. 또 설립과정에서 모든 것을 문서화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면 나중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힐러리 앤드 톰슨 파트너스 대표(hjthomp@hotmail.com)
*김희정 씨는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1년간 인턴생활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L그룹에 이어 외국계 기업의 법률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지난해 하반기 '힐러리 앤드 톰슨 파트너스'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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