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알 힐랄)가 팬들을 향한 고마움과 은퇴 배경을 밝혔다.
이영표는 28일 자정(한국시간) 카타르 알 사드 스타디움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1 아시안컵 3·4위 결정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을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1999년 6월 멕시코전을 통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2년간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며 A매치 통산 127경기에 출전했다. 3번의 월드컵 본선에 참가해 2002한일월드컵 4강과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 공헌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토트넘, PSV에인트호벤, 도르트문트 등을 거치며 2000년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이영표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축구의 위기의 순간도 있었고 즐겁고 행복할 때도 많았다. 지치고 힘든 선수들에게 힘이 됐던 것은 많은 비판과 충고 속에서 말없이 한마디 위로를 건네 준 팬들이었다. 그분들께 감사하다"며 은퇴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비판해준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그분들 덕분에 축구가 흥미로워졌다. 그러나 역시 힘들고 어려울 때 한국 축구가 다시 살아난 것은 비판과 비난이 아니라 응원과 격려의 힘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많이 성원해달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잘하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다. 13년이나 했는데 이제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다고 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고 답했다.
프로팀 은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여름까지는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이제 소속팀에 집중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영표는 대표팀 생활 중 가장 소중한 기억을 묻는 말에 "모든 것이 소중하다"면서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한국축구의 전환점이 됐던 2002한일월드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인 선수들조차도 놀랐던 결과였다. 한국축구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줬다. 개인적으로도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발전하고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