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진보 교육감들 앞에서 한결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16개 시ㆍ도에서 직선 교육감이 뽑힌 뒤 진보 교육감들과 샅바싸움을 해온 교과부는 속앓이를 많이 해온 것이 사실이다.
자율고 지정, 체벌문제, 고교평준화, 무상급식 등 현안마다 대립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서서히 교과부로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서로의 권한이 법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자율고 문제에서 법원이 교과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27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과부에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도교육청에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교과부를 상대로 낸 기관소송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 또는 정지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시정명령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따라 그동안 자율고 지정을 둘러싸고 교과부와 진보 교육감 사이에 빚어졌던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정명령은 처분을 한 상태가 아니라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라며 "자율고와 관련한 논란에 법적 다툼의 여지가 없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성고와 중앙고는 자율형 사립고의 지위를 갖고 신입생 모집과 정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두 학교 법인은 전북교육청의 자율고 지정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24일에는 광주고법이 항소심에서 전북교육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자율고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내세우는 핵심적인 고교 다양화 정책 가운데 하나다.
최근 불거진 경기와 강원 지역 고교평준화 문제에서도 교과부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교과부를 방문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광명, 안산, 의정부에서 모두 70% 이상의 주민이 찬성했고, 여러 시도에서 20년 이상 평준화를 시행해온 경기도의 평준화를 교과부가 부당하게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관련된 부령 개정은 교과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구자문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경기도 해당 지역의 고교 간 격차가 큰 데 기피지역 학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준화 시행을 위한 부령개정은 교과부의 권한이며 적어도 40일은 걸리는 기간을 감안할 때 경기도에서 올해 3개 지역의 고교평준화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민감한 체벌문제에서도 교과부는 상위법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지난 17일 체벌의 대안과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간접적인 형태의 체벌을 허용하고 출석정지 제도 등을 활용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전면적인 체벌금지 방침을 정한 것에 비해 발은 느리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훨씬 강하다. 교과부는 상위법인 이 시행령이 개정되고 나면 시ㆍ도 교육청의 관련 조례 및 체벌금지 지침은 재검토되거나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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