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플랜트 등 대규모 해외사업에 경쟁력 악화..업계 반발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정부가 거시건전성 개선을 위해 외화차입분에 적용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세에 대해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단기 외환부채 급증 등 시장 교란 방지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1년 이상 장기 외채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할 경우 해외 원전, 플랜트 수주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6일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은행세가 도입되면 단기 외화자금 차입 감소로 거시건전성이 안정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중장기 외채에도 이를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형플랜트, 해외 건설, 원전, 사회간접시설(SOC) 수주때 약간의 금리차이로 입찰에서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마디로 득 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세 평균 부과율 20bp(0.2%)를 기준으로 걷을 수 있는 부과금을 3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을 얻는 대가로 터키원전(약 24조원) 등 매머드급 해외 프로젝트 수주 실패 사례를 계속해서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수주사업에서 미국, 일본 매머드급 금융그룹과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 은행세라는 추가 부담금 악재까지 더해지면 사업수주를 위한 해외자금 조달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세계1000대 은행의 기초자본금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KB국민은행의 기본자본은 143억3000만 달러로 69위에 머물렀다. 이는 전체 1위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604억 달러의 10%에도 못미치며, 아시아권의 중국공상은행(911억 달러)과 비교해도 한참 뒤쳐지는 볼륨이다.
자본이 많으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각종 사업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 등으로 타개책 마련에 나섰던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은행세 폭탄'으로 더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내걸며 외화조달에 나섰던 국내 은행들로서는 은행세를 장기 외채에 대해서도 부담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거시건전성 안정과 은행들의 해외사업 경쟁력 유지라는 측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장기 외채에 대한 은행세 도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내 은행권의 중장기 외채는 건설 등 해외 투자사업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모 국책은행의 경우 전체 외채의 70% 수준이 중장기 외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외환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하연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건전성 개선을 위해 핫머니 급증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위기에서는 부과율을 낮추거나 없애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IMF외환위기에서 경험했듯이 곳간이 빌 경우에 외화를 효과적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은행세를 최대 50bp 부과하고, 1년 단기는 20bp, 1년에서 3년 중기는 10bp, 3년이상은 5bp로 정하고 외환이 급격히 유입되는 상황에서는 증가분에 한해 100bp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을 통과시켰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