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준용 기자]KBS2 '사랑을 믿어요'에서 망가짐도 불사하는 배우들의 물오른 코믹연기가 드라마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22일 방송된 주말연속극 ‘사랑을 믿어요’에서는 이날 코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극중 캐릭터들의 웃음 퍼레이드로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개그프로그램에서나 볼법한 ‘망가짐의 미학’을 제대로 활용했다.
이날 ‘사랑을 믿어요’에서 이 ‘망가짐의 미학’을 솔선수범한 인물은 문정희다. 문정희는 극중 김교감(송재호 분)집의 장녀 김영희 역을 맡아 완벽한 푼수 아줌마로 이미지 변신했다.
문정희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지독하리만큼 가부장적인 남편으로 인해 억눌린 영희라는 캐릭터를 맡아 코믹과 정극을 넘나드는 열연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희(문정희 분)은 이날 꿈을 이루지 못한 답답한 마음에 방안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결혼 후 달라진 남편에 실망한 그는 벽에 붙여놓은 연예인 포스터를 보고 넋두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진지해야할 이 순간에 만취한 영희의 모습은 오히려 웃음을 유발했다. 또 자신을 나무라는 남편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과 한밤중에 “남편에게 맞았다”고 친정 부모를 부르는 모습은 그의 연기의 압권.
문정희는 술에 취해 웃음과 눈물의 이중주를 보여줌으로써 연기자로서의 확고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한없이 망가지지만 그녀만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망가지는 연기도 명품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박인환과 윤미라일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결혼 초의 애틋했던 사랑은 온데 간데 없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철 천지 원수 부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한 집안 내 별거 상태인 두 사람은 이날 망가짐의 끝을 보여줬다. 이날 수봉(박인환 분)은 지하 작업실에서 라면을 끓여먹게 됐다. 하지만 수봉은 라면과 곁들일 달걀과 김치가 떨어진 것을 깨닫고 화영(윤미라 분) 몰래 부엌으로 올라왔다.
수봉은 냉장고에서 김치와 달걀을 꺼내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려 했지만 때마침 화영이 전화를 하며 거실로 나와 식탁 밑에 은신하게 이르렀다.
금방 끊을 줄 알았지만 화영의 통화가 계속되고 수봉은 초조해진다. 지하실에 라면을 끓여놓고 올라온 것을 깨달은 것.
화영의 장시간 통화에 수봉이 지하작업실은 연기로 금세 자욱해졌다. 수봉이 점점 지쳐갈 찰나 경보음과 함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고 온 집안이 물바다가 돼버렸다.
수봉의 행동에 화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목을 조른다. 여기에 수봉도 거친 독설을 마다않고 맞받아치며 큰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화영은 수봉의 독설에 극에 다다른 분노를 표현하며 헤드록을 걸며 웃음을 더했다.
이처럼 ‘사랑을 믿어요’에서는 정극에서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코믹적 장치를 활용해 극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한편 ‘사랑을 믿어요’는 출생의 비밀 등 막장코드 없이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화를 보여줬다. 한마디로 '착하고 유쾌한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최준용 기자 yjchoi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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