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연예패트롤]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에 연기자 이필모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그 배경에 관심이 간다. '배우들의 출연 분량은 제작사나 혹은 작가, PD가 할일인데 그 것까지 참견하는 것 너무하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할말 없지만, 그래도 그의 출연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이 높다면 한번쯤 언급할 수 있는 것 같아 지적해본다.
이 드라마는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시청하는 주말밤 방송이다. 당연히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유쾌한 스토리가 앞에 내세워져야 한다. 실제로 이 드라마가 런칭할 때 제작진들은 착한 김교감집 가족들이 저마다 배우자와의 우여곡절을 겪다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착한 드라마라고 했다.
그래서 언론들도 이 드라마를 출생의 비밀 등 막장코드 없이 재미를 주는 드라마라며 호평일색이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등장한 이필모로 인해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드라마상에서 '뭔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미국에서 귀국한 유학파'로 그려진다. 긴머리를 내려뜨린 그는 첫 등장부터 매우 시니컬했다. 뭔가 깊은 상처를 간직한 탓인지 긍정보다는 부정이 많고, 4차원적인 가치와 신경질적인 이미지로 등장했다.
15일에도 친구가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에 오디션을 보러갔다가 연예지망생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오디션장을 나오는 연기를 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장면에 등장하지만 기이한 형태의 행동을 하거나, 소리를 '버럭'지르는 기행의 연속이었다.
물론 갈등이나 오해를 만들어내기 위한 '소재'라고는 하지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등장은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고, 특히 밝은 내용을 원하는 시간대에 맞지않는 캐릭터는 상당한 관심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드라마 작가와 이미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출연, 인연을 맺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면 그 이유의 설득력이 너무나 약해 보인다.
그가 출연하면 이상하게 드라마가 어두워지는 것은 그의 캐릭터가 풀어야할 숙제다. 물론 이필모의 연기력은 인정하지만, 그가 가장 '핫한 시간대'의 주말 드라마에 그토록 많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견들이 있을 듯 하다.
차라리 해외에서 공부하다 오랜만에 귀국한 며느리 박주미의 분량이나, 그를 기다려온 남편 이재룡의 분량이 그 정도 됐다면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또 권해효와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아내 김영희(문정희 분)의 분량이나, 철없는 셋째 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한채아와 개성파 배우 조진웅가 더욱 더 이 드라마에 등장했다면 좋을 듯 싶다.
물론 모든 것이 제작진들의 결정에 따를 일이지만 시청자들의 시청권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지적해본다.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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