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연예패트롤]"이제 연기자로 불러야 할듯 합니다."
13일 밤 송승헌 김태희 주연의 MBC '마이프린세스'(이하 마프)를 지켜보던 한 연예관계자가 툭 내뱉은 이야기다.
그렇다! 그동안 나오는 드라마마다 '죽을 쑤던' MBC가 최근 활짝 웃는 데는 수목극 최강자로 군림한 '마프'의 덕이 매우 크고, 그 중심에 송승헌 김태희가 있으니 당연히 이같은 말이 나올법도 하다.
14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MBC '마이 프린세스'의 전국시청률은 20.9%. 지난 12일 방송분 20%와 비교했을 때 0.9%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자체최고 시청률이다. 또 동시간 경쟁드라마인 SBS '싸인'(14.8%)과의 격차를 더욱 벌이는 의미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란히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던 '훈남'과 '깜찍녀'의 성공스토리여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목에 힘 뺀 송승헌, 거봐 잘했지?
송승헌하면 '목에 힘주는 연기자'로 유명하다.
멜로든 액션이듯 그의 연기는 항상 비슷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에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영화 '무적자'때부터 였다. 그는 '무적자'에서 근래 보기드문 내면연기를 선보이며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 '마프'에서 또 한번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마프'에서 때로는 진지하게, 또 때로는 코믹하게 자신을 이끌며, 스스로 완급조절을 하는 '연기의 묘'까지 보여줬다. 어찌보면 같은 고민에 휩싸인 김태희를 적절히 리드하고, 스스로도 변화하는 '변화의 2011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 '숙명', '무적자' 드라마 '에덴의 동쪽'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연기만을 펼쳤던 송승헌으로서는 성공적인 변신에 방점을 찍게 된 셈. 그의 뛰어난 연기와 작품 해석력은 그동안 떨쳐내지 못한 '연기력 논란 꼬리표'까지도 완전히 잘라내며 '연기자 송승헌'의 계기를 만들었다.
드라마제작자인 커튼콜의 이선상대표도 "이번 '마이 프린세스'에서의 송승헌에게는 '남자느낌'보다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옆집 '오빠의 체취'가 느껴진다. 외교관 박해영을 무리없이 소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열연덕에 그동안 비슷한 인물 캐릭터와 어디서 본 듯한 구성에 안주해오던 로맨틱 코미디물이 다시 인기를 끄는 계기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진지한 신에서 다소 무리하게 목에 힘을 주는 모습이 간혹 보이긴 하지만 그의 연륜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커버할 수준으로 보인다. 이제 따뜻하고 편안한 '훈남' 송승헌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다.
▲'한결 가벼워진' 김태희, CF때 모습과 비슷하네!
툴툴 털어낸 거품. 한결 가벼워진 어깨에는 '연기자 김태희'가 보였다. 캐릭터는 이미 탄력을 받았다. 배우 김태희가 발랄함의 대명사로까지 거듭나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한 그가 '천국의 계단' 이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마프'에서 그가 정조준한 연기영역은 말괄량이 연기였다. 걸 그룹 소녀시대의 춤은 물론 마스카라 번진 화장, 복통을 참는 모습 등…. 그야말로 다양한 영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야 한다. 당연히 망가지는 것은 불문가지. 그런데 그가 그같은 미션들을 누구보다도 잘 수행해 내고 있다. 마치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그동안 그를 괴롭혀온 ‘얼굴만 예쁜 배우’라는 꼬리표를 완벽히 잘래내는 순간이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벌도 이제는 오히려 그를 강화하는 요소가 됐다. 무수히 시도했던 변화들. 영화 ‘싸움’, 드라마 ‘아이리스’ 등을 통해 강한 캐릭터로 변신도 꾀해 봤고, 영화 '그랑프리'에서는 또 다른 순수함을 보여주고 했다. 하지만 이름값에 어울릴 만한 결과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연기력 논란’도 계속됐다.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리스’ 이후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팬들이 그의 연기에 대한 편견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덧 익숙해진 그의 모습에 '한표'를 던진 것이다. 이제 그는 해낼 수 있다.
그래서 힘이 난다. 그가 지금 막 시작된 '성공시대'를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면 그는 이시대 최고 여배우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쏟아지는 많은 기대와 찬사를 묵묵히 분석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앞으로 시작될 '김태희 시대'는 '연분홍색 꽃길'이 될 것이 틀림없다.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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