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 발표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내년부터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판매수당을 과도하게 지급할 수 없다. 사고 차량을 수리할 때는 수리비의 20% 가량은 차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및 보건복지부·국토해양부·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금융감독원 등 관련 당국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만성적으로 예정된 것보다 많은 사업비를 쓰던 손보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당국은 손보사의 실제사업비가 예정사업비를 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손보사별 총 자동차보험 판매비가 예정사업비의 40%를 넘지 않도록 했다. 각 계약별로는 50% 이내로 제한했다. 판매비 금액과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따로 공시하도록 했다.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손보사들은 예정사업비의 48.8%를 판매비로 지출했다.
사고 차량 수리 시 차주가 내는 자기부담금도 현행 정액형에서 비례공제 방식으로 바꿨다. 예를 들어 손해액이 100만원이 나온 경우 20%인 20만원을 차주가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는 손해액에 관계없이 5만원만 내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보험료를 할증하고 보험료 수준 결정 시 과거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평가하는 기간을 현재 1~2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장기 무사고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도 현행 60%에서 70%로 확대된다. 현재는 12년 동안 무사고 운전 시 최고 60% 할인되고 있으나 6년에 걸쳐 추가적으로 10%포인트 더 할인해주는 것이다.
또한 대물차량 보험금 합리화를 위해 자동차 정비요금 관련 상생협력 협의체가 설치된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토해양부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차주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수리비용 관련 견적서를 보험사에 제출토록 해 수리 내역의 투명성을 높이고 과잉 수리를 줄인다.
차량사고 피해자가 대여 차량(렌터카) 이용 시 보험사가 사전에 확인토록 하고 필요 시 보험사가 직접 렌터카를 제공토록 했다. 외제차 등 고가의 희소 차량 사고 시에는 같은 차가 아니라 동급의 일반적인 차를 기준으로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부처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선 문제는 관련 부처 간 협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및 전문 연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합리적인 방안 마련키로 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해 허위·과잉 진료 및 진료비 분쟁을 예방토록 했다. 이와 관련한 법령 개정사항 검토 및 자동차보험 환자 진료 기준 마련, 진료기록 공유 범위 설정, 심평원의 위탁업무 수행기반 마련 등은 관련 부처 및 당사자 간 추가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다.
교통사고 부재 환자를 줄이기 위해 경미한 상해에 대해서는 통원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경미한 상해 환자가 일정 기간(예 48시간) 이상 입원할 경우 보험사가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입원 필요성을 해당 병원이 재판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민관 합동으로 교통사고 부재 환자 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당국은 운전 중 이동통신방송(DMB) 시청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 마련도 검토할 계획이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보험사기 조사와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험상품·지역·병명별 보험금 지급과 손해율 추세를 분석해 보험사가 보험사기 잠재 위험 요소를 사전에 알고 대비할 수 있는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한다.
또 당국은 서민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해 보험사 자율적으로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상품(가칭 '나눔 자동차보험')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가입대상은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이고 부양 자녀가 있는 35세 이상자로 생계를 위해 중고 소형차(1600cc·1톤이하, 10년 이상 차량) 1대를 소유한 경우다.
관련 부처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자동차보험 상설협의회도 마련된다. 유관기관 간 정기적인 업무협의 채널을 구축해 현황 인식과 제도개선 과제 등을 매분기나 반기별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 방안은 즉시 추진하되 법규 개정 사항 등은 내년 1·4분기 중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연구용역 및 상설협의회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검토한 뒤 내년 상반기 안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