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인천 강화지역에 또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5월 초 구제역이 종식된 지 7개월여 만이다. 이로써 구제역 발생지역은 기존의 경북, 경기, 강원을 포함해 4개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4일 "인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의 돼지 농가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를 조사한 결과 구제역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제역이 확진된 강화군의 농가는 돼지 890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지난 21일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의 돼지농장에서 남서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에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인근 농가 6곳의 돼지와 소 4300마리를 살처분키로 했다. 살처분 작업을 위해 공무원 등 인력 100여명과 굴착기 5대 등이 긴급 투입됐다. 인천 강화지역에는 668개 농가에 모두 4만5000여마리의 우제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강화지역 축산농가들은 지난 4월 구제역 발생으로 큰 피해를 입고 9월부터 가축을 입식, 사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구제역이 발생하자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이 지역의 한 농장주는 "지난 4월 발생한 구제역 피해 보상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사육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예고돼 있는 구제역 확산을 왜 철저히 방역하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당국의 방역망을 뚫고 섬 지역인 인천 강화군까지 확산되면서 구제역 발생지역이 기존의 경북, 경기, 강원에서 인천으로까지 4개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걷잡을 수 없는 구제역 확산세에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부터 백신 접종을 본격 시작하기로 했다. 구제역 감염이 심각한 경북 안동과 예천, 경기도 파주, 고양, 연천 등 5개 시·군이 대상이다.
안동은 지역 전체를, 예천과 파주·연천·고양은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로, 접종 대상 한우는 모두 13만3000마리에 이른다. 강원도는 이번 접종 지역에서 제외됐다.
방역 당국은 예방 접종이 끝나면 지금처럼 구제역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보름 정도가 이번 구제역의 추가 확산 여부를 가늠할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지금까지 의심신고 75건 가운데 경북 안동·예천·영주, 경기 파주·고양·가평·김포, 강원 포천·평창·춘천, 인천 강화 등 4개 광역시·도, 19개 지역, 48건이 구제역 양성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소·돼지 등 살처분될 가축은 30만 마리에 이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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