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남 신안군의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엊그제 중국 어선 12척이 우리 해양경찰의 단속을 피해 밧줄로 서로 묶어 선단을 이루면서 달아나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를 보면 중국 어선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불법 조업을 하며 저항하는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지난 18일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우리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침몰한 중국어선 요영호도 그런 불법 어선 50여척 중 하나였다. 이 사고로 중국인 선원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졌으며 8명이 구조됐다. 단속하려던 해양경찰 4명은 중국선원들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부상당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 우리 측에 사고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중국 선원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한편 유사 사건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우리 해경이 동영상까지 보여주며 설명을 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3일이나 지난 뒤 느닷없이 이런 주장을 했다.
불법 어선 문제는 국제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한ㆍ중 양국이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우리의 EEZ에서 매년 이루어지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중국 정부가 모를 리도 없다. 이번 사건을 놓고 중국이 '한국 책임' 운운한 것은 적반하장 격이며 저의가 의심스럽다. 더욱이 불법 어선 승무원들은 해경에 쇠파이프와 각목, 삽 등을 휘두르는 '해적'에 버금가는 행동을 했다. 이런 불법 어선의 행동을 중국이 두둔한 것은 자칭 '대국'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우리 정부는 '단순 사고'라며 외교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중국과 한국 간 대립 양상을 띠는 마당에 이 문제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행위를 적당히 대응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근절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2001년 한ㆍ중 어업 협정 체결 이후 각종 물고기가 풍부한 군산시 어청도는 우리나라 서해안 3대 어장 중의 하나로 매년 중국의 불법 어선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자국의 불법어업을 막는 게 마땅하다. 정부도 중국에 불법 어획 단속을 한층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또 첨단 함정을 집중 배치해 불법 어선 근접을 미리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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