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의 '저우추취(走出去ㆍ해외진출)' 정책이 활발해질수록 먹잇감을 내어 놓아야 하는 글로벌 국가들의 우려가 크다. 해외진출이 다소 부진했던 금융부문까지 중국 정부가 해외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전 세계의 모든 업종이 긴장하고 있다.
◆中 기업 세계화 가속= = 올해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국유기업, 민영기업 모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유기업은 에너지 등 전략적 업종에서 대형 M&A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붙였고 민영기업들은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진출을 모색했다.
중국 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은 지난 10월 71억달러를 투자해 스페인의 대형 석유기업 렙솔의 브라질 자회사 지분 40%를 매입했다. 앞서 4월에는 세계 최대 오일샌드 업체 신크루드 캐나다의 지분을 46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텍사스 석유 및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분 인수 등을 포함해 총 58억달러를 사용했다.
금융권에서는 공상은행의 해외진출 움직임이 심상찮다. 공상은행은 지난달 포티스증권의 증권중개업체 자회사 프라임딜러서비스를 인수했다. 본격적으로 미국 증권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상은행은 한국 은행권 진출에도 관심을 보였다.
중국 은행권에서 금융업계의 해외진출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내년에는 진출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 3위 은행인 중국은행의 샤오강 행장은 지난 10월 "금융위기 후 글로벌시장은 중국 은행권의 해외시장 확장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임과 식품업계도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2위 게임 업체인 샨다가 '드래곤네스트'로 유명한 한국 게임개발사인 아이덴티티게임즈를 9500만달러에 인수하는가 하면 중국 우유업체인 광밍식품은 미국 건강식품 판매업체인 GNC홀딩스를 25억~30억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中 먹잇감 사냥에 글로벌 전 업종 '긴장'==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진출이 자칫하면 국가간의 갈등을 빚어낼 수 있어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8~9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의 캐나다 비료업체 포타쉬 인수전에 중국 화학업체인 시노켐이 껴들었을 때에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주요 외신들은 식량자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도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이달 국가전망공사가 브라질 송전회사 인수를 통해 브라질 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때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개별 기업의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중국이 브라질 전력산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전하며 국가적 차원의 M&A로 의미를 확대시켰다.
중국과 무역 규모를 키우고 있는 한국도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기술을 빼가려는 시도를 심심찮게 하고 있다"며 "한국의 조선기술은 중국보다 10년 정도의 앞서 있는데, 기술 유출을 통해 이 격차가 좁혀지면 향후 한국이 조선업계에서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도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한ㆍ중 관계가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에 장애요인이 될까 걱정"이라며 "반면 중국은 거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M&A 등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이를 견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중국측도 경영권 전체를 인수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지분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대상국의 규제와 제약을 피해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톰슨 로이터는 지난해 해외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20% 미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꾀한 중국 기업의 비율이 38%에 불과했지만 올해 그 비율은 5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계법인 KPMG의 데이비드 쉬씨는 "중국 기업들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인수 또는 소수 지분 인수 등의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글로벌 마이닝 캐피탈의 케이스 스펜스 회장은 "중국 기업이 해외 광산업체의 M&A를 시도할 때 현지 법률에 정통한 현지 기업이 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소수 지분 인수를 선호하곤 한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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