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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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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한옥 '월인당'-아! 뜨거 절절 끓는 아랫목 한옥민박 1박2일

[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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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매서운 칼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은 서둘러 주머니를 찾는다. 아직 처마 밑에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다는 동장군 추위는 아니지만 동지를 지나면서 속살까지 파고드는 바람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이럴때 아궁이에 군불을 때는 한옥에서 나무 타는 내음을 맡으며 뜨끈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뉘어보자.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마음껏 '지지고'나면 한결 몸이 가뿐하고 마음이 개운해질것이다.

지난 주말 구들장이 있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아 나섰다.
기(氣) 운찬 고장으로 유명한 전남 영암의 모정마을에 비밀처럼 숨어있는 멋진 한옥이 있다. 그 집의 이름은 월인당(月印堂). 풀어보자면 '달빛이 도장처럼 찍히는 집'이란 뜻이다.


황토로 빚은 굴뚝을 높이 세웠다. 아궁이에는 잘 마른 소나무 장작이 타면서 내는 불꽃이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고 뜨끈뜨끈한 방에 들면 구수한 소나무 장작 냄새가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월인당의 주인장은 모정마을 토박이인 김창오(45)씨다. 혈기왕성했던 열여덟살에 서울로 나갔다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이 월인당이다.


한옥은 산노을, 초승달, 들녘 등 이름도 아름다운 방과 누마루로 꾸며졌고 정원과 잔디마당 그리고 연못, 원두막, 텃밭도 운치를 더한다.

[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2005년에 집짓기를 시작한 김씨가 월인당에 들인 정성은 그야말로 놀라울뿐이다. 벽채로 쓴 황토 벽돌을 굽는 온도까지도 300도로 정했을 정도다. 불을 들이는 구들을 놓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한옥 민박집'을 지으면서 이렇듯 정성을 들이는 집주인을 보고는 대목일을 해주던 김경학(46)씨와 도편수 일을 하던 이춘흠(72)씨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옥을 지으면서 방 앞으로 누마루를 내겠다고 하니, 다들 반대하더라고요. 차라리 방을 하나 더 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거였어요. 또 한옥 방 3개를 모두 군불을 때는 방으로 만들겠다고 했더니 말리더라고요. '곧 후회할 것'이라며 꿈쩍도 안 하다가 워낙 고집을 부리니 원하는 대로 해주더군요"


[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방 모두를 장작을 때는 구들방으로 만들어 방에 불을 넣는 게 보통 수고로운 게 아니지만, 그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아랫목에 손부터 밀어넣는 모습을 보면 번거롭고 고된 불때기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씨가 고집스럽게 불 때는 구들방을 만든 것은 유년의 추억 때문이란다.
어린 시절 그는 할머니와 함께 외양간에 딸린 방에서 지냈다고 했다. 외양간 방은 쇠죽솥이 얹힌 아궁이가 있었는데, 늘 쇠죽을 쑤어대서 방안이 절절 끓었다.


평야지대 한가운데 마을이 있어 나무가 아닌 짚불을 땠는데, 짚불을 들이는 일은 늘 그의 몫이었다. 짚은 왜 그리도 빨리 타는지, 한 손에 짚다발을 들고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넣어주어야 했다. 어린 시절에는 고된 노동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유년의 추억의 풍경이었다.


김씨가 깔아놓은 이불 밑으로 손을 넣었다. 하루 전에 아궁이에 소나무 장작불을 넣은 방이다. 이불을 덮어 놓은 아랫목이 그야말로 설설 끓었다. 까맣게 탄 자국이 남아있는 아랫목의 이불에 몸을 넣었다. 소나무 장작을 태우는 냄새가 코끝에 스친다.


쑥 이파리를 넣어 바른 한지 창호문에는 월출산 위로 뜬 달빛이 들어와 박혔다. 은은한 향기와 아랫목의 열기로 흐늘흐늘 뼈 마디가 다 노곤해졌다.

[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월인당은 아랫목이 끓는 것도 좋지만 그 집에서 더 감격적인것은 달빛이다.
창호문을 열고 나와 누마루에 앉으면 동쪽으로 월출산이 우뚝하다. 월출산 위로 보름달이 뜨면 앞마당에 이름처럼 달이 도장을 박은 듯 환하다. 이런 날에 풍류가 저절로 생겨난다.


누마루에 걸터 앉거나 방 안에서 창호문 한짝을 열고 소박한 상 위에 술잔, 혹은 찻잔 하나만 얹어놓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구들방 아랫목은 아궁이에 넣은 장작으로 따뜻하니, 밤 느지막이 누마루에 앉아 동반자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다보면 추위도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영암=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asiae@


◇여행메모
△가는길=호남고속도로 광주방면이 거리상으로는 짧지만 서해안고속도로가 훨씬 길이 간단하다. 목포IC로 나와 영암 쪽으로 2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면 된다. 목포 IC에서 영암까지 40분쯤 소요된다.


[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잠잘곳=월인당은 미리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기에 숙박예약을 여유있게 하는게 좋다. 요금은 비수기, 성수기, 주중, 주말을 따지지 않는다. 누마루가 있는 산노을방만 13만이고 나머지 방은 12만원이면 묵을 수 있다. 사전에 식사예약을 하면 월인당 안주인이 직접 기르고 재배한 채소와 각종 찬으로 시골밥상을 정성스럽게 내놓는다. (061-471-7675.010-6688-7916). 또 월인당이 있는 모정마을에는 행복마을이라는 한옥촌이 한창 조성중에 있다. 구림마을에서도 구들장에 장작을 때는 방은 아니지만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볼거리=모정마을에는 월출산에 둥실 떠오른 달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모정지를 비롯해 풍년을 비는 정자인 원풍정이 있다. 정자 앞에는 150여년 전쯤 영암 일대를 다스리던 김병교 관찰사의 철비가 눈길을 끈다.


구림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월출산 자락 아래 들어선 마을은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의 전설이 서려 있다. 또 덕진 차밭은 월출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구름다리가 있는 월출산 산행도 추천할 만 하다.

[여행]'월인당' 누마루에 앉으면 교교한 月光의 향연


△먹거리=낙지연포탕과 갈낙탕, 짱뚱어탕이 대표 먹거리다. 연포란 이름은 낙지를 끓이면 마치 연꽃처럼 다리를 펼친다고 해서 붙었다. 독천 일대의 개펄에서 잡힌 낙지로 끓여내는데 국물맛이 시원하다. 중원회관(061-473-6700), 청하식당(061-473-6993), 독천식당(061-472-4222)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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