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쟁력 높여 판매붐 조성" 감사
올해도 재계약 인연의 끈 이어가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CDO)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사연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노조가 외국인 경영진에게 감사의 뜻을 먼저 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2006년 직접 영입한 슈라이어 부사장에 거는 기대와 역할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4일 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노조 판매지회 김보경 지회장은 "디자인 혁신을 통해 기아차 판매 붐을 조성하고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줘 고맙다"면서 슈라이어 부사장에게 영업인을 대표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회장이 "슈라이어 부사장이 기아차 디자인 경쟁력을 높여준 덕분에 판매 일선에 활력이 넘친다"며 "조합원들은 더욱 자부심을 갖고 영업 활동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자 슈라이어 부사장은 "노조로부터 이런 감사패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매우 뜻 깊다"고 답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이어 "기업은 사람의 몸과 같다"며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고,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때 기업은 비로소 유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열정이 많은 직원들이 똘똘 뭉쳐있는 기아차는 잠재력이 풍부한 기업"이라면서 "앞으로도 한 단계 한 단계 계속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고 격려했다.
이날의 쉽지 않은 만남은 '판매와 디자인을 대표하는 노와 사의 조화'라는 상징성을 넘어 기아차 성장을 위해 함께 뛰는 동반자로서 신뢰와 믿음을 되새긴 시간이 됐다는 전언이다. 특히 기아차 K시리즈 등 디자인 패러다임을 전환한 주역인 슈라이어 부사장에 대한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정 부회장이 각종 해외 모터쇼에 참가해 친분을 쌓으면서 어렵게 영입한 슈라이어 부사장은 아우디ㆍ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출신으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에 '패밀리 룩(family look)'을 도입하고 '직선의 단순함'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만들어 지금까지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을 주도해왔다.
제품 콘셉트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자동차 생산 전 과정에 슈라이어의 손길을 거친 차는 K시리즈로 올해 기아차의 양적ㆍ질적 성장을 주도한 돌풍 K5 세단을 탄생시켰다. 기아차는 내년 1차 계약이 종료되는 슈라이어 부사장과 올해 재계약을 해 인연의 끈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