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장유정 감독은 데뷔하는 것만으로 한국영화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창작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첫 번째 작품이다. 그는 뮤지컬에 이어 영화 연출까지 맡아 한 작품의 뮤지컬 버전과 영화 버전을 함께 연출한 첫 번째 감독으로 남게 됐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2006년 6월 초연 이래 30만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장유정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을 영화로 만들어 지난 9일 세상에 내놓았다. 공유와 임수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연말 성수기를 노리는 할리우드 대작들과 경쟁에서 관객들의 환영을 받으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장유정 감독은 자신의 첫 영화 ‘김종욱 찾기’ 개봉의 흥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연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막상 영화가 개봉되니 떨리기도 하지만 새로 시작한 뮤지컬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며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일이 함께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뮤지컬계에선 유명한 스타 연출가다. 20대에 데뷔해 연이어 흥행작을 만들었다. ‘김종욱 찾기’ 외에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가 모두 그가 직접 글을 쓰고 연출한 작품들이다. 남들보다 일찍 데뷔해 연이어 흥행작을 내놓자 사람들은 그를 ‘연출천재’라 부르기도 했다.
“천재는 절대 아닙니다. 연출은 천재가 나올 수 없어요. 작곡이나 피아노 연주처럼 기술적인 분야에선 천재가 나올 수 있지만 뮤지컬 연출은 천재가 나올 수 없는 분야예요. 영화라면 또 모르겠지만요. 아직도 연출 선배들과 있으면 거의 막내랍니다.”
애써 자랑하려 하지 않아도 장유정 감독의 이력서는 그 자체로 성공스토리다.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한 뒤 뮤지컬에 매료돼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해 연극원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졸업 후 그가 손을 댄 작품은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뮤지컬의 연이은 성공에 영화계도 일찌감치 그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장 감독은 2004년 한 스릴러 영화의 각색 작업에 참여한 이래 2006년에는 모 영화사에서 로맨틱 코미디로 감독 데뷔를 준비하기도 했다. 발을 담갔던 프로젝트가 모두 좌초되자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며 다시 뮤지컬로 돌아갔지만 영화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영화제작사 수필름으로부터 ‘김종욱 찾기’ 연출 제의를 받았다.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는데 제안이 들어온 거죠. 뮤지컬 영화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있었지만 결국 뮤지컬이 들어있지 않은 극영화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시카고’나 ‘물랑루즈’처럼 쇼 뮤지컬이 가능한 작품이 있는 반면 ‘김종욱 찾기’엔 그런 요소가 거의 없거든요. 영화로 ‘김종욱 찾기’를 처음 접한 관객에게 굳이 원작이 뮤지컬이란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유정 감독은 “나는 결코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현장 경험이 전무한 신인 감독이 준수한 완성도의 데뷔작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그만의 근면성 때문일 것이다.
“영화 데뷔를 결정하며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주위에서 말리기도 했죠. 뮤지컬에서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 자칫 잘못했다간 영화계는 물론 뮤지컬 쪽에서도 등을 돌려 우주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래도 꼭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장유정 감독은 당분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 집중할 예정이다. 두 번째 영화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했다. 뮤지컬 극본도 4년에 하나 정도 썼으니 머릿속 여러 아이디어가 형태를 제대로 갖출 때까지 시간을 갖겠다는 생각이다. 장유정 감독의 행보에 뮤지컬과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