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및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4대강 예산안 및 날치기 법안 무효화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1월 '4대강 예산 삭감'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것에서 '독재 타도'와 '정권 퇴진운동'으로 투쟁 수위도 높였다. 이에 따라 정국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9일 저녁부터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100시간 농성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농성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독재 투쟁의 싸움은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정권 교체투쟁으로 결말짓겠다"고 선언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의원직 사퇴', '삭발 투쟁' 등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전현희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격양된 의원들은 투쟁의 방향을 '정권 퇴진'으로 설정하는데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의회주의자'로 알려진 박지원 원내대표도 강경 태도로 돌아섰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게이트, 천안함 문제, 4대강 문제 등 모든 현안에 대해 결코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국정조사를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100시간이라는 시한부 장외 투쟁에 들어갔지만, 장기화에 대비전략도 마련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해 이번 달과 다음달 1월까지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내년 2월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필요할 경우 1월에 임시국회를 소집해 상임위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말에 예정된 지역 대의원대회를 권역별로 묶어 전국 대의원대회로 격상시키고 규탄대회 성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동시에 10일부터는 지역별, 권역별로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여론전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의원들이 연말과 연초에 지역 유권자에게 배포하는 의정활동 보고서를 활용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및 쟁점법안 강행처리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 만큼 당분간 장외투쟁에 '올인'하되 쟁점법안 처리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법안 개·폐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기 전에 심사기일을 정한 법률의 위헌여부를 검토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친수구역활용에 관한 특별법' 폐지법안과 '서울대 설립ㆍ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직권상정의 길을 터준 박희태 국회의장을 '바지의장'이라고 규정하고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를 위해 박 의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또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을 변경, 문을 잠근 채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한나라당 이주영 예결특위원장도 윤리위에 제소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몸싸움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입원 중인 강기정 의원과 관련, 폭력을 행사한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민ㆍ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률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박지원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 저지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원내대표직 사의를 밝혔지만, 손 대표와 최고위원 등 대부분의 의원들이 만류하면서 유임하기로 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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