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KBS2 수목드라마 '도망자 Plan.B'(이하 도망자)가 8일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도망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였다. 기대만큼 시청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했다는 데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
정지훈과 이나영의 만남, '추노'의 곽정환PD-천성일 작가 콤비의 재결합 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도망자'는 여기에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상하이, 베이징, 마카오, 홍콩 등 동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방대한 촬영 스케일까지 보태며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
하지만 막상 포장을 벗기자 캐릭터와 스토리는 보이지 않고 화려한 볼거리만 남았다. 밑도 끝도 없이 따라오라며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쫓아갈 힘도, 이유도 잃었다. 천성일 작가 특유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20%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중반부로 가면서 반토막이 나 1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끝까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빛나는 수확 중 하나는 바로 '배우 정지훈'의 재발견이었다.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를 통해 연기자로 본격 데뷔한 정지훈은 이후 2004년 '풀하우스'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마침내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 등 할리우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다시 국내 안방극장에 돌아온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120% 옹골차게 펼쳐냈다.
‘도망자’에서 정지훈은 액션, 드라마,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연기 장르를 표현함에 있어서 겹치거나 튀지 않는 부드러운 이음새로 한단계 성장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여기엔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쌓은 노하우도 뒷받침됐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와 역할, 전체적인 그림을 집중력있게 연구하고 고민한 그의 노력이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시청자들도 "작품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정지훈 연기만큼은 훌륭했다" "정지훈이 아니었다면 지우의 캐릭터도 살아날 수 없었다" "가수 비도 멋있지만, 연기자 정지훈이 훨씬 좋다"며 배우 정지훈의 재발견을 기뻐했다.
'도망자'는 아쉬움 속에 작별을 고했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확인한 정지훈의 성장은 팬들에겐 기분좋은 선물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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